[한자 이야기]<442>鵠不日浴而白, 烏不日黔而黑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鵠(곡)은 고니이다. 희다의 뜻도 있으니 鵠髮(곡발)은 백발이다. 正鵠(정곡)은 가장 중요한 요점이나 핵심을 가리킨다. 활을 쏘는 과녁 한가운데에 고니를 그려놓은 것에서 비롯되었으며, 표적이나 목표의 의미도 있다. 浴(욕)은 몸을 씻다의 뜻이다. 머리를 감다의 뜻인 沐(목)과 합해 沐浴(목욕)이 된다.

烏(오)는 까마귀이다. 검다는 뜻도 있으니 烏髮(오발)은 흑발이다. 烏飛梨落(오비이락)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즉 일이 공교롭게 같이 일어나 남의 의심을 받게 됨을 가리킨다. 烏焉成馬(오언성마)는 烏(오)자와 焉(언)자가 비슷한 형체의 馬(마)자로 잘못 쓰였다는 말로, 형체가 비슷한 글자를 잘못 옮겨 적어 내용이 訛傳(와전)됨을 일컫는다. 烏合之卒(오합지졸)이나 烏合之衆(오합지중)은 조직이나 질서가 없이 일시적으로 모인 무리를 가리킨다. 까마귀가 먹이를 보고 모였다가 사람이 겁을 주면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른 말이다.

黔(검)은 흑색이다. 검어지다 또는 검게 만들다의 뜻도 된다. 黑(흑)은 본래 연기에 그을린 검은 빛이다. 굴뚝 아래에 炎(염)을 더해 연기에 검게 그을린 것을 나타냈는데 그 형체가 많이 변했다. 이러한 글자체의 변형은 표기하는 도구나 바탕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서 오며, 지금도 여전히 변화한다.

고니는 희고 까마귀는 검게 태어났다. 자연이 그리 만든 것으로 씻거나 껌정이를 묻혀도 그 실체의 변화에는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사람은 온갖 지혜를 축적하고 전승하여 자신과 외계의 한계에 도전하며 그 성과도 대단하다. 그래도 인위적인 조작에 앞서 항상 자연의 이치를 잘 살피는 일에 소홀할 수는 없다. ‘莊子(장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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