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부조리한 세상, 유쾌한 조롱과 풍자

  • 입력 2008년 6월 13일 02시 58분


대학로 연극가, 블랙코미디 잇따라 무대에

반갑다. 블랙코미디!

한동안 로맨틱 코미디 일색이던 서울 대학로 연극가에 6월 들어 시사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작품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번안, 창작, 고전의 재해석 등 종류도 다양하다.

블랙코미디의 인기는 지나친 가벼움에서 벗어나 연극의 비판 정신을 되살리고 시대와 삶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99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의 작품 두 편이다. 그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교황과 마녀’ 등을 통해 서민층의 시각에서 권력층을 신랄하면서도 재치 있게 비판했던 작가다.

13일 무대에 오르는 ‘도덕적 도둑’은 다리오 포의 같은 제목의 작품을 우리 배경에 맞춰 각색한 작품이다. 소심한 도둑과 젊은 국회의원 등이 하룻밤 동안 벌이는 소동을 통해 도덕적이지 못한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왕용범 연출은 “다리오 포의 작품은 말장난을 즐기는 상투적 코미디가 아니라 부조리한 세상을 익살스럽게 풍자하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9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허밍스아트홀. 1만5000∼2만5000원. 02-764-8760

○ ‘도덕적 도둑’… 소심한 도둑과 젊은 국회의원 하룻밤 소동

‘평범한 주부들의 마트 습격사건’은 다리오 포의 ‘안 내놔? 못 내놔!’를 각색한 작품이다. 1970년대 이탈리아 정부의 세금 정책과 이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다룬 원작의 내용을 식자재 가격이 치솟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물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자 마트에서 물건들을 훔쳐 달아난 주부들과 이들을 찾아 나선 남편들의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뤘다. 7월 13일까지. 서울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 1만 원. 02-736-7600

창작극 ‘거트루드’는 ‘배비장전’ 등 마당놀이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배삼식 씨가 연출가로 데뷔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마트 습격사건’… 폭등하는 물가에 뿔난 주부들의 반란

술집 ‘엘레노어’에서 햄릿과 레어티즈가 검투 시합을 벌이는 중 독이 든 술잔을 마셔야 했던 거트루드가 자신의 ‘임무’를 거부하며 벌어지는 일대 혼란을 다뤘다. 주변 인물들은 원작의 결말을 따라야 하는 이유로 그녀를 설득하려 애쓰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 씨는 “복수란 폭력에 대한 폭력인데 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현실을 꼬집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명분 아래 사용되는 폭력이 과연 도덕적인지 되묻는 작품이다.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2만5000원. 02-747-5016

‘죽여주는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소재로 한 작품. 획기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자에게 죽음을 맞게 해주는 자살 사이트의 운영자 ‘안락사’의 활동상을 다뤘다. 극단 틈은 “자살마저도 하나의 흥밋거리가 되고 상품화된 사회의 모습이 과연 정상인지 관객들에게 되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청아소극장. 1만 5000원. 02-6326-1333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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