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6>巢居者先知風, 穴處者先知雨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巢(소)는 나무 위에 둥지가 있고 그 위에 새 세 마리가 있는 모양으로, 새가 나무 위 둥지에 사는 것을 나타냈다. 새집 또는 집이나 거처의 뜻과 둥지를 틀거나 棲息(서식)하다의 뜻이다. 巢窟(소굴)은 새의 둥지와 짐승의 굴이다. 머물러 사는 곳 또는 도둑이나 악한의 근거지를 뜻한다. 巢林一枝(소림일지)는 새가 숲에 둥지를 트는 데는 가지 하나면 된다는 뜻으로 분수를 지켜 욕심내지 않음을 비유한다.

穴(혈)은 집 또는 덮는 것을 뜻하는 면(면) 아래에 두 개의 동굴 구멍을 표시했다. 본뜻은 흙집이나 바위 동굴이며, 구멍이나 洞窟(동굴) 또는 구덩이나 무덤의 뜻이 있다. 穴居野處(혈거야처)는 굴속이나 한데서 산다는 뜻이다.

居(거)는 거주하다 또는 위치하다의 뜻과 거처하는 장소의 뜻이 있다. 處(처)는 머물다 또는 거주하다의 뜻과 처리하다의 뜻이 있으며 위치나 장소를 뜻한다. 여기의 居(거)와 處(처)는 짝을 이루며 모두 거주하다의 뜻이다.

나뭇가지에 둥지를 트는 새는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니 바람에 민감하여 누구보다도 일찍 감지해 적절히 대처한다. 동굴에 사는 짐승이 비에 민감한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처럼 환경에 따라 감지능력이나 대처능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 속의 동물세계에서만 그럴 리는 없다. 사람도 성장한 배경이 다르고 활동한 영역이 다르면 그에 따라 터득한 지식이나 사물에 대한 대처 능력도 다르다. 그래서 크고 복잡한 일에는 다양한 배경의 인적 자원을 고루 활용해야 한다. 전체라는 큰 틀 안에서 조화를 해치지 않는다면, 역시 다양하면 할수록 결함은 줄어들고 역량은 커진다. 東漢(동한) 王充(왕충)의 ‘論衡(논형)’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