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풀어쓴 ‘죽음의 연구’… 박상륭 씨 ‘잡설품’ 출간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5분


“30대에 쓴 ‘죽음의 한 연구’ 연작 시리즈를 ‘잡설품(雜說品)’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삶과 죽음, 고행을 넘어 해탈로 향하는 ‘마음의 우주’를 담았습니다.”

‘죽음의 한 연구’의 소설가 박상륭(68·사진) 씨가 20일 신작소설 ‘잡설품’(문학과지성사)을 출간했다. 창작집 ‘소설법’ 이후 3년여 만에 낸 이 책은 1975년 그가 쓴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1990∼94년 ‘칠조어론’ 3편에 이어 5부작 연작을 완성하는 데 33년의 세월이 걸렸다.

‘잡설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동서고금의 신화와 설화, 종교와 철학에서 얻은 모티브를 바탕으로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라는 주제의식을 담은 소설. 박 씨는 “소설이나 서사시가 아니지만 소설이나 서사시로 읽히는 이 글의 제목을 ‘잡설’이라 짓지 않으면 뭐라 부르겠느냐”고 말했다.

“세상에는 2개의 잡설이 있다고 봅니다. 그중 하나가 철학자 니체가 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나머지가 박모의 글이죠. ‘자라투스트라는…’이 몰락의 축에서 쓴 글이라면, 잡설품은 상생의 축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추상적인 것도 물질로 구상화해 사고하는 서구적 한계를 벗어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든 동양적 정신을 풀었습니다.”

그는 “박상륭 소설은 난해하다는 세간의 평은 일견 상찬으로 들리지만 독자와 작가를 가로막는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이번 소설은 작가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박의 소설도 무척 재미있다는 걸 보여줄 더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