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중시 ‘자연합일’ 유교사상, 인류 환경위기 해법 될 수 있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5분


인류가 당면한 환경 위기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아시아의 사상과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메리 터커 미국 예일대 교수는 27∼29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대강당에서 열리는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을 앞두고 미리 낸 발표문에서 “전 지구적 환경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유교가 갖고 있는 잠재적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고 전제한 뒤 “인간이 자연계와 어떻게 연결됐고, 자연에 대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유교적 측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왕양명의 사상을 통해 본 자연 다스리기’라는 발표문에서 “유학자들은 인간적이면서 생태적인 세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높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동선을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개발하는 방식을 고찰했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한 농업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사회와 문명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유학자들의 생각에 특히 주목했다. 터커 교수는 “농업을 중시한 유교 사회의 특성 때문에 동아시아 유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자연을 다스리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더 큰 생명 집단의 일부라는 생각이 유교 사상에 깔려 있으며 이 점에서 인간 중심적인 서구 종교와 철학의 전통과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채플 미국 로욜라대 교수는 ‘아시아적 사유에서 본 환경과 생태학’이라는 글에서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수천 년 동안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며 살아왔고 홍수 가뭄 지진 같은 자연 재난에 맞서며 지속적인 삶을 영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의 종교는 계절의 변화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경험을 담고 있다”면서 “환경과 생태의 측면에서 종래 아시아의 세계관을 오늘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지식인들이 한국에 모여 문명 간 대화와 평화 구축의 방식을 모색하는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은 올해로 4회째다.

언어학자이면서 생태 다양성에 대한 연구로 이름 높은 스웨덴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교수, 말레이시아의 비정부기구(NGO) ‘정의 세계 구현을 위한 국제운동(JUST)’ 회장인 찬드라 무자파르 박사의 발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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