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소설가 레싱 “노벨상은 끔찍한 재앙이었다”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인터뷰-사진 찍느라 작품 못써… 수상 후회”

상금 16억원 친척-손자들이 이미 다 가져가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여류 소설가 도리스 레싱(88) 씨가 “노벨상은 끔찍한 재앙(bloody disaster)”이라고 고백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레싱 씨는 지난해 10월 노벨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접하고 “유럽의 주요 문학상을 다 받았는데, 노벨상까지 받아 마치 로열 플러시(포커 게임에서 최고의 패)를 쥔 기분”이라며 기뻐한 바 있다.

하지만 레싱 씨는 신작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요즘 내가 하는 일이라곤 인터뷰와 사진 찍는 일밖에 없다”며 “노벨상을 받은 것이 오히려 후회스럽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상금으로 받은 77만5000파운드(약 16억 원)도 이미 상당 부분 친척과 손자들이 가져가 버려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레싱 씨는 “이번 작품이 아마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작품을 쓸 시간도 없고, 그럴 에너지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영원히 에너지가 넘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에너지가) 있을 때 유용하게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농장주의 아내 메리의 이야기를 그린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레싱 씨는 1950년대 젊은 작가군을 가리키는 ‘앵그리 영맨’의 대표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62년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황금 노트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이슬람 신비주의와 과학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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