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 역사적 서사물 폭 좁아져”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쉽게 풀어 쓴 역사서를 잇달아 펴내고 있는 강명관 교수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들만 반복해서 할 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쉽게 풀어 쓴 역사서를 잇달아 펴내고 있는 강명관 교수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들만 반복해서 할 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훈상’ 받은 강명관 교수

“거대 담론에만 사로잡혀 있는 건 곤란합니다. 상상력을 해방시키면 우리 역사에서 새롭게 봐야 할 것도, 제대로 짚어야 할 것도 무척 많습니다..”

조지훈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지훈상의 국학 부문상을 최근 수상한 강명관(50)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는 민족, 근대, 민중 같은 거대 담론으로만 문학과 역사, 예술을 해석해 왔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의 수상작은 ‘공안파와 조선 후기 한문학’. 그는 이 책에서 조선 후기 박지원 이덕무 이용휴 등의 문학이 자생적인 게 아니라 중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명나라 말기의 문학 집단인 공안파의 비평이 조선에 들어와 조선 후기 한문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조선 후기에 ‘자생적 근대문학’이 발달했다는 기존의 통설에 반기를 들었다. 학계의 반발도 많았지만 그는 이 책으로 지난해 말 한국출판문화상 학술부문상에 이어 지훈상까지 받았다. 학술적 가치를 두 번이나 인정받은 셈이다.

강 교수는 학술서뿐 아니라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등의 책으로 역사를 대중에 가깝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풍속사 연구를 자질구레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광개토대왕, 세종대왕, 이순신 같은 인물에만 집착하다 보면 역사적 서사물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사료는 정통, 비정통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실록 같은 국가의 기록만 사료로 인정하고 소설이나 기타 기록은 시시한 것으로 치부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지 않으면 여성, 노비 같은 하위 주체들의 역사는 소외될 수밖에 없고, 오늘날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문화적 콘텐츠를 사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미시적인 접근으로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교훈이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 성호 이익이 화폐 사용의 불합리성에 대해 서술한 내용에서 오늘날 금융자본주의가 빚는 폐해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