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4>감정의 롤러코스터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6분


《“특별한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기록하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갑자기 무선 호출기를 통해 해당 시점의 감정을 알려 달라고 했을 경우는 행복한 순간이 화나거나 두려운 순간보다 2배나 많았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데 더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매일 끊임없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에 순간순간 정확히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파악하는 사람은 없다. 저자가 발굴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마음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롤러코스터처럼 자극적이기보다는 따뜻한 봄날의 회전목마처럼 편안하고 유쾌한 여행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등장하는 인간 감정은 모두 아홉 종류다. 즐거움과 슬픔, 역겨움, 분노, 두려움, 질투, 사랑, 죄책감 그리고 희망. 9개의 감정에 신경학과 심리학, 생물학이란 돋보기를 갖다 댄다.

그리고 책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경험과 체험 연구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냉철한 과학 서적처럼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따뜻한 이야기책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정을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책”(파이낸셜타임스)이란 평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즐거움’ 편을 보자.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이 이 순간적인 감정에 얼마나 관심을 두지 않는지를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즐거웠던 시간보다는 괴로웠던 순간을 더 쉽게 떠올리는 기억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도 두려움이나 슬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간은 화나거나 두려운 순간보다 행복한 순간이 2배나 많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슬픔의 효용론’도 재미있다.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감정인 즐거움처럼 ‘슬픔’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슬픔 역시 진화를 통해 발전된 감정인 것이다. 슬픔은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 간의 유대를 강화하게 만들어 준다. 하던 일의 속도를 늦추고 다시 살피게 만드는 것도 이 감정이 하는 역할이다.

이렇게 흘러간 아홉 감정의 여행은 ‘희망’에서 마무리된다. 고요하지만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감정이 희망이다. 많은 부분에서 삶의 토대가 되며 행동을 변화시키고 활력을 준다.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희망이다.

이렇게 보면 감정은 좋고 나쁨이 없다. 저자 표현대로 모든 감정은 “인간을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다. 어떤 방식으로 감정에 접근하든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상황을 평가하고 신속히 반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람들은 흔히 감정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상 우리가 충분히 조절하고 쓸모 있게 만들 수 있는 대상이 감정이란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즐겁게 이해하고 이용할 기회를 만들자. 감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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