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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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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서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꼽히는 김홍주와 ‘비(非)조각적인 조각’을 개척한 정광호는 대전에 사는 인연을 바탕으로 오랜 친분이 있다. 회화란, 조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를 통해 예술의 정체성을 탐색해 온 작가들이기도 하다.
“이 양반이 해박해요. 책도 많이 읽고 이론도 탄탄하고. 제가 나이는 많아도 많이 배우죠.”(김) “선생님의 작품 하는 태도, 그 치열함을 존경합니다. 작업을 자기와의 사투라고 생각하는 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정)
두 사람은 몸으로 작업한다. 개념예술에서 출발해 회화로 돌아온 김홍주는 동양화 붓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점을 찍듯 더디게 그려 나간다. 정광호는 1994년부터 구리선을 짧게 자르고 이어 붙여 회화 같은 조각을 선보여 왔다. 모두 한땀 한땀 뜨개질하듯 채워가는 노동집약적 작업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 이미지 작업을 해온 김홍주는 이번에 지도와 풍경 그림을 내놓았다. 고된 작업으로 인해 눈이 나빠져 빨강과 초록 등의 원색에서 검정과 파스텔 톤으로 색상이 변화했다. “그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만날 채우기만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 요즘엔 그림 안에 공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대상의 재현보다 무수한 붓질의 흔적을 통해 작가의 사유를 담아내는 과정이다. 김홍주는 “아주 가는 붓으로 촘촘히 작업하다 보면 부분만 보인다. 결국 전체를 보는 것과 부분만 보는 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라고 말한다.
덩어리는 크지만 가볍고 투명한 정광호의 조각은 벽에 비친 그림자와 함께 완성된다. 그는 “경작하듯이 모든 사물을 취하긴 하지만 이를 시각적 세계로 다시 만들어나가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꽃, 나뭇잎, 항아리와 더불어 풀이 우거진 ‘관목’을 처음 선보였다. 02-720-102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