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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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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여군 복장을 한 여성 탤런트를 내세워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히틀러를 미화하는 듯한 카피가 들어간 내용의 광고였다. 정작 방송에 나갈 때는 ‘히틀러’라는 문구를 뺐지만 해당 문구가 들어간 동영상이 해외의 손수제작물(UCC) 사이트에서 돌아다녔다. 코리아나는 유대인단체와 이스라엘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것은 물론 해외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동아일보 보도(4월 16일자 A14면 참조)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이 회사는 케이블TV에 방영해왔던 수정한 광고조차 내렸다.
며칠 전에 호주에 사는 한 교포가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히틀러를 소재로 한 광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확인한 결과 과연 그랬다.
한 유명 개그맨이 2000년 1월 히틀러 복장을 한 채 그의 연설을 흉내 낸 크라운제과의 과자 ‘롱스’ 광고였다. 이 회사는 ‘히틀러 편’이라는 광고 타이틀을 붙였다.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낸 호주 교포는 “외국인 친구가 이 광고 내용을 기억해 알려줬다”며 “이런 내용이 이슈화될 때마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아픔만 알고 다른 민족의 아픔은 생각할 줄도 모르느냐’는 외국인들의 비난에 너무 부끄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이 광고는 이스라엘에서 심각한 파문이 일었던 모양이다. 한 독자는 광고가 방송되던 당시 이스라엘에 머물렀는데 TV뉴스에서 이 광고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 제과회사는 유대인단체의 항의를 받았고 2개월만에 광고를 중단 했다.
히틀러가 어떤 인물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 세계를 피로 물들인 장본인이다. 유대인들에게는 히틀러가 ‘차라리 악몽이었으면…’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히틀러를 상업적으로 다루겠다는 발상은 한국의 유명 여성탤런트가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화보를 찍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히틀러 소동을 보면서 우리 것, 우리 자존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외국 문화와 외국인에 대한 무시로 이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