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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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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재는 올해 스물여덟 연극무대 새내기다. 그가 맡은 역은 죽은 무사의 혼령, 바로 귀신이다. 목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다. 그러나 ‘넋’은 있다. 죽은 이의 넋을 연기해야 한다. 유우재는 5월 9일(금)부터 공연되는 연극 ‘나생문’에서 무당이 불러낸 혼령으로 관객에게 첫 인사를 한다.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오로지 무대에서 사는 게, 무대가 집이 되는 게 신인 배우 유우재의 꿈이다.
- 데뷔를 앞둔 마음은?
“진짜 즐거워요. 1월에 ‘극단 수’에 처음 들어와서 4개월 만에 무대에 서게 됐거든요. 어느 극단에서도 이렇게 빨리 기회를 주진 않아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합니다. 대사가 있는 게 아니어서… 몸으로 표현해야 돼요. 표정도 보일 수 없으니까. 몸을 트레이닝 중이에요. ‘혼령의 느낌이라는 게 뭘까?’ 계속 떠올려요. 어떻게 죽은 귀신이며 어떤 한이 있는지… 죽은 이의 사연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사물놀이 할 때 몸을 돌리는 ‘자반뒤집기’를 아시나요? 그런 동작이 나와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중학교 다닐 때 MBC 사춘기 2에 나왔어요. 대사는 없는 학생으로 고정출연했는데 그게 되게 좋았어요. 애들 웃기는 것도 잘했는데, 그게 반 전체를 아우르고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냥 친한 친구들 재미있으라고 까불까불 거리다가 개그맨이 되고 싶다 그랬는데… 어느 날 김동완 (그룹 신화 멤버) 형이랑 둘이 연기 잘 한다고 학원에서 칭찬을 받았어요. 그때 ‘아! 연기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고3때 연기입시학원 다니고 대학 때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 연기의 어떤 매력에 빠져들었나?
“그냥 생각만 해도 좋아요. 다른 사람 인생을 살아보잖아요. 자주 뭐 인생에서 신선한 게 없을까 떠올리고 그래요. 남이 생각안 한 거. 남이 안 해본 거. 그런 걸 상상하기 좋아하는데, 연극이 바로 그래요. 대본은 종이잖아요. 종이 안에 있는 글씨를 내가 보고 느낀 대로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게 연기 같아요. 소설 읽으면서 사람마다 상상하는 게 다르잖아요. 글로 된 대본에 제가 저만의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 연극이라고 느꼈어요.
- 평소에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저는 유명한 영화를 빨리 안 봐요. 먼저 대본을 다운받아 읽고선 혼자 연기를 해봐요. 그렇게 하고 영화를 보면, ‘와! 어떻게 저렇게 잘 하지? 대단하다!’ 감탄하면서 제 연기와 비교해요. 제가 ‘가짜연기’를 한대요. 기계적인 거요. 그거는 제법 해도 즉흥적인 연기가 안 된대요. 우리가 생활하면서 무슨 말할까 행동할까 매번 계산하고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무대에서 주고받는 것도 그래요. 살아있는 연기는 가짜연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혼자 있을 땐 즉흥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떠올리면서 연습해요.
- 미래의 10년 후를 그려본 적이 있나?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는 거요. ‘아 저 사람 진짜 연기 잘 하네’ 그런 소리를 꼭 듣고 싶습니다. 연기는 파고들수록 너무 깊고 어려워요. 막상 화려함만 보고 덤빌 수 없다는 것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을 거예요. 단 한번도 ‘대학로에 안 온 나’를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무대가 내 집이다’ 여기면서 그냥 사는 거예요. 내가 내 연기를 믿고 지키면, 보는 사람들도 믿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유우재는 혼자 있다가 극단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많아서 신이 난다. 선배들의 연기를 혼자 다시 따라해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선배들 것을 뺏어먹으라’고 한다. 동경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 연기를 계속 쫓아해 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게 필수다. 그리고 자신이 선배가 되면 또 후배에게 물려줄 게 있어야 한다.
현재 유우재는 극단 수의 기획 일도 하고 있다. 막내 때는 주특기를 갖기 위해 이것저것 배운다. 음향을 맡아 일하기도 하고, 무대를 맡기도 한다. 유우재는 기획을 배우던 차에 나생문의 ‘혼령’에 캐스팅됐다. ‘대사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 연극이라 믿는 그는 이제 첫 걸음으로 진짜 ‘영혼’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가면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 없어도 그는 가면 안에서 ‘진지하게’ 들떠 있다. 영혼의 사연을 몸으로 보여준다는 게 무엇일지, ‘나생문’의 혼령이 말해줄 것이다.
Clip! 연극 ‘나생문’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원작 소설 ‘나생문(羅生門)’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화해 지금까지 화제가 된 작품이다.
1951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1952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동일한 살인 사건을 두고 각각의 인물이 서로 다른 진술을 털어놓으면서 사람 간의 진실이나 신념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2005년, 2006년, 2008년 차례로 다시 공연되고 있다.
공연명 : 나생문 (원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일 시 : 2008년 5월 9일(금) ∼ 6월 29일(일)
장 소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관람료 : 4만원, 3만 5000원
연출 : 구태환
출연진 : 데니안, 이건명, 이승호, 최용민, 서현철 외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