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첫 비행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우리는 모든 카메라 화면을 축소해 원 상태로 두겠다.”(지상관제소)

“카메라 화면을 축소해라. 이 선회를 하는 동안 그런 상태로 계속 둬라.”(챌린저)

동아일보가 1983년 4월 5일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간)부터 5분 동안 지구 궤도를 선회 중인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미 항공우주국(NASA) 휴스턴 지상관제소의 교신을 청취한 내용이다.

컬럼비아호에 이어 미국의 2번째 우주왕복선인 챌린저호는 1983년 4월 4일(현지 시간) 첫 비행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통신은 챌린저호의 우주비행사와 지상관제소 간의 교신 내용을 미국의 한 통신회사와 제휴해 국내에서도 들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만큼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챌린저호는 첫 비행 뒤 NASA의 주력 우주선이 됐다. 챌린저호 발사에 이어 디스커버리호와 애틀랜티스호가 잇따라 개발됐지만 NASA의 우주 개척은 주로 챌린저호를 통해 이뤄졌다. 비록 1986년 1월 10번째 항해에서 폭발해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3년간의 우주 항해에서 챌린저호는 적지 않은 진기록을 남겼다. 첫 항해에서는 미국 최초의 우주 유영(遊泳) 기록을 세웠다. 또 밤에 발사돼 밤에 도착한 첫 우주선이었다. 첫 흑인 우주인 및 첫 캐나다 우주인을 배출한 것도 챌린저호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록은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 챌린저호에서 탄생한 것이다. 첫 비행이 이뤄진 지 2개월 뒤인 6월 18일 두 번째 비행에서였다. 물리학자인 샐리 라이드는 2개의 통신위성을 실은 챌린저호에 탑승해 미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구 바깥세상을 구경했다.

첫 여성 우주인의 탄생은 냉전시대 우주 탐사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에 비해 20년이나 늦었지만 미국으로서는 자존심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우리도 나흘 뒤면 한국 최초 우주인이자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배출한다.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유인(有人)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이소연 씨가 한국의 우주시대를 개막한다. 온 국민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리는 것도 ‘위대한 첫걸음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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