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와 문학속의 꼿꼿했던 여걸들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한정숙 지음/776쪽·3만8000원·도서출판길

“이 책은 여성 인물들에 대한 연구다. 연구 대상 중에는 역사 속의 실존 인물도 있고 문학작품 속의 등장인물도 있다. 이 책 속의 여성은 말과 행동, 혹은 글을 통해 여성의 주체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이다.”

저자의 머리말은 이 책의 내용과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체’라고 하는 표현에 대해 저자는 ‘자기 결정권에 입각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해석했다.

책에는 고대부터 근대 초기까지 많은 ‘주체적 여성’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예로 든 인물은 고대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 실존인물인 사포는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의 연대를 찬양했고, 시에 스스로를 등장시킬 정도로 주체성이 강한 여성 시인이었다.

2세기 그리스의 의학자 갈레노스로부터 “아무 수식 없이 시인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은 남성 시인 호메로스와 여성 시인 사포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뤼시스트라테’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남자들의 전쟁을 종식시켰다. 나이 든 여자들은 파르테논 신전을 점거해 거기에 있는 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쟁 비용 충당을 막았다. 젊은 기혼 여성들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잠자리를 같이할 수 없다며 남자들을 압박했다. 결국 여자들의 뜻대로 전쟁은 끝나고 평화가 왔다.

근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오면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 다시코바 여공작이 눈에 띈다.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인물을 통치자로 옹립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궁정 내 쿠데타에 깊숙이 개입했다.

저자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던 근대 이전에도 여성의 주체성이 존재했음을 살피는 게 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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