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재즈 천금의 행복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1000원짜리 공연 혁명의 힘은 컸다. 지난해 4월 12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반 열리는 ‘재즈 앤 더 시티’ 공연 장면. 재즈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낮춤과 동시에 재즈 신인 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KT아트홀
1000원짜리 공연 혁명의 힘은 컸다. 지난해 4월 12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반 열리는 ‘재즈 앤 더 시티’ 공연 장면. 재즈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낮춤과 동시에 재즈 신인 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KT아트홀
■ KT아트홀 ‘재즈 앤 더 시티’ 1주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아트홀’이 시도한 1000원짜리 재즈 공연 ‘재즈 앤 더 시티’가 4월 12일 1주년을 맞는다.

‘재즈 앤 더 시티’는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7시 반 한 차례 재즈 공연을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의 ‘재즈 파크’가 5년 전부터 매달 한 차례 1000원짜리 재즈 공연을 마련하고 있으나 ‘재즈 앤 더 시티’는 매일 공연을 연다.

‘재즈 앤 더 시티’의 1000원짜리 공연 혁명은 재즈 관객층의 저변 확대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년 만에 9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출퇴근 직장인과 서점에 책을 사러 왔거나 청계천 나들이에 나선 이들의 발길을 붙들어 재즈를 일상으로 끌어내렸다. 매일 300석의 좌석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말 공연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하기 힘들 정도다.

한 달에 두세 번씩 이곳을 찾는 정재욱(33·도서관 사서) 씨는 “음반을 내지 않았거나 음반을 냈어도 알려지지 않은 재즈 뮤지션들을 관객들이 스스로 발굴하는 느낌이 든다”며 “좋았던 뮤지션들의 공연은 개인 블로그에 소개해 입소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의 특징은 재즈에 대한 상식 없이도 재즈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연주 음악의 눈높이를 관객에게 맞춰 노년층이 단체관람을 올 정도다. 연주곡도 관객들이 모르는 곡보다 팝을 재즈로 연주하거나 스탠더드 재즈곡이 많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미스티’ ‘L.O.V.E’ ‘마이 로맨스’ 등이 많이 연주됐다.

이제까지 무대에 오른 뮤지션은 230여 팀. 타악기 뮤지션 류복성은 지난해 말 50주년 기념 공연을 이곳에서 펼쳤고 말로 전영세 홍성은퀸텟이 이 무대에 섰다.

이곳은 신인 재즈 뮤지션들에게는 데뷔 무대이자 연주를 검증받는 자리가 되고 있다. 여성 6인조 그룹 ‘바람에 오르다’는 매달 두 번씩 출연하며 팬클럽이 생겼다. 회원 수가 300여 명에 이르며 다음 달에는 디지털 싱글도 낼 예정이다.

‘바람에 오르다’의 매니저 장창민 씨는 “우리 같은 신인들에게는 재즈 공연을 마음 놓고 할 무대가 없다”며 “이곳은 여러 재즈 뮤지션에게 길을 열어준 무대”라고 말했다.

출연료를 현실적으로 주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는 유명 뮤지션보다 ‘무대가 고픈’ 신인들이 자주 출연하는 편이다. 원래 기업 홍보관을 공연장으로 개조했기 때문에 음향시설 등이 고르지 못한 것도 흠이다.

‘KT 아트홀’은 네덜란드 재즈피아니스트 로프 판 바벌의 내한 무대(4월 19, 20일)를 비롯해 4월 한 달간 개관 1주년 기념 공연을 마련한다. 1577-5599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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