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바람은 요술쟁이…‘바람이 좋아요’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바람이 좋아요/최내경 글·이윤희 그림/40쪽·9600원·마루벌(5∼7세용)

“엄마, 바람개비는 왜 앞으로 쑥 내밀어야 돌아가는 거죠?”

“바람개비는 바람이 있어야 돌아가.”

‘바람이 좋아요’는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다. 바람개비를 만들어본 통이가 문득, 바람개비를 돌게 하는 ‘바람’에 대해 호기심을 무럭무럭 부풀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꽃잎도 바람을 좋아하나 봐요. 바람에 실려 눈처럼 흩날려요.”

“울긋불긋 단풍도 바람을 기다려요. 살랑살랑 떨어지고 싶으니까요.”

바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아이는 엄마에게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잇달아 물어 본다. 동시를 읽는 것 같은 엄마의 가락 있는 문장도 감성이 물씬 풍기거니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그림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바람이 살랑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람에 흩날리는 봄 꽃잎, 가을에 떨어지는 단풍잎, 멀리멀리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 같은 장면이 그렇다.

그러나 ‘바람은 좋아요’는 감성적인 그림책만은 아니다. 작가는 바람의 과학적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밀물을 보고 통이가 “바다는 땅하고 놀고 싶은가 봐요”라고 말하자, 엄마는 바람에 대한 정보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준다. “바람이 파도를 만들어 바다를 땅으로 밀어준단다.” 바람은 뭉게구름을 움직이고 빨래를 뽀송뽀송 말려준다.

작가는 또 바람이 얼마나 인간과 가까운 것인지를, 책을 읽는 아이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사례를 통해 보인다. 통이는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우산을 잡아당기는 바람과 힘겨루기를 한다. 통이가 공차기를 한 뒤 땀이 주르르 흐르면 바람이 살며시 땀을 닦아준다. 폭풍우 치는 밤에 창문이 덜컹덜컹 소리 날 때는 덜컥 겁이 나지만, 엄마 말씀으론 “바람이 들어오고 싶어서 문 두드리는 것”이란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일 때, 연이 바람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갈 때…. 바람이 만들어주는 멋진 장면들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무엇보다 즐거워할 장면, 입으로 바람을 만들어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훅 불어 끌 때. “나의 바람이 이루어져요”라는 말로 작가는 동음이의어를 살짝 일러준다.

엄마와 아이가 각자 대사를 맡아 읽는 것도 재미있을 듯. 책에 나온 장면들 말고도 생각나는 바람 얘기들을 함께 나누는 건 어떨까. 종이비행기를 날려주고, 꽃씨를 옮겨주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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