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파리, 미술중심 아니다 추종말고 트렌드를 만들라”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Think global, act local).”

린지 폴락, 바버라 폴록, 릴리 웨이 씨 등 미국에서 활동 중인 미술기자들이 한국미술가들에게 주는 조언이다.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으려면, 국제적 흐름에 주목하면서도 작품 속에 지역적 정체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 세 사람은 ‘아트 뉴스페이퍼’ ‘아트 인 아메리카’ ‘아트 앤드 옥션’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들. 》

최근 내한 美미술기자 3인의 조언

폴락 씨는 미술시장, 폴록 씨는 아시아현대미술, 독립 큐레이터인 웨이 씨는 현대미술에 대한 기사를 써 왔다. 이들은 한국 미술계와 작가 취재차 12∼15일 서울을 방문했다. 폴록 씨는 “한국 화랑들이 활성화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돌아보니 뉴욕에 뒤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데다 각기 특징을 갖고 발전한 모습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세계화에 발맞춰 미술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폴락 씨는 “과거에는 파리와 뉴욕이 예술의 중심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각 지역으로 중심이 분산되고 있다. 앞으로 독창적 예술은 지역에서 꽃피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구미술의 맹목적 추종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미술에 글로벌 스탠더드란 없습니다.”(폴록 씨) “유행을 뒤따르는 게 아니라 새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죠.”(웨이 씨)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시장의 과열은 단연 화제의 초점이다. 폴락 씨는 “몇 년 새 투자대상으로서 미술 붐이 일었으나 미국의 경제상황이 유동적이라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상관없이 중국 인도 일본 등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웨이 씨는 “경제가 나빠지면 예전과 달리 검증 안 된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디자인 작업과 가구 같은 장식미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 현대미술은 경매와 아트페어를 통해 가장 각광받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라며 전 세계에 일고 있는 중국 붐이 그 인기 요인 중 하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이 개방되면서 미술가들의 태도나 사고방식이 세계화된 점도 높이 평가했다. 폴락 씨는 “작품성에 비해 과대 포장되거나 작품이 비싸다는 시각도 있으나 서구 작가들에 비해선 아직도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활성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더불어 세계 미술시장은 하나로 연결되고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되고 있다. 웨이 씨는 “미술시장이 좋아지면서 좋은 작품도 더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시장이 한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면서 미술계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서도호 이불 김아타 김수자 등을 뉴욕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가로 꼽았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작가라면 이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광주비엔날레 같은 국제적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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