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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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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으로 유명한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재난 영화라는 점 외에는 모든 게 비밀에 부쳐졌던 ‘클로버필드’(24일 개봉)를 보면 이런 상태가 된다. ‘블레어 위치’(1999년)처럼 주인공이 캠코더로 찍은 불안정한 영상이기 때문. 오죽하면 ‘익스트림 핸드 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기법)라고 할까. 화면은 흔들리고 초점도 맞지 않으며, 찍다가 말다가 다시 찍는 것 같다. 녹화한 테이프 위에 다시 녹화한 것 같은 분위기도 난다.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다리가 무너지지만, 여러 각도에서 계산된 촬영으로 ‘스펙터클’을 만드는 블록버스터로 여겨서는 안 된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데 자기 발아래 다리가 무너진다면 그 카메라에 뭐가 잡히겠는가.
일본으로 떠나는 롭(마이클 스탈데이비드)을 위해 송별 파티가 열리고 친구 허드(T J 밀러)는 롭의 캠코더로 파티장을 찍는다. 갑자기 괴성이 들리고 도시 전체가 흔들린다. 그때부터 살기 위해 도망치고, 롭의 여자 친구를 구하러 가는 상황이 캠코더에 담긴다. 나중에 발견된 이 테이프는 사건명 ‘클로버필드’로 불리며 미 국방부 자료로 재생된다.
영화는 보통의 할리우드 괴수영화나 재난영화와는 다른 길을 간다. 이름을 알 만한 배우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도망가기 바쁘기 때문에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일은 어림도 없다. 일부분만 보여 주다가 영화 후반에야 온전히 나타나는 괴물도 별게 아니다. 거미와 공룡을 합쳐 놓은 듯한 이 괴물은 어디서 왔는지 정체가 뭔지 설명도 없다. 영화는 혼란에 빠진 이들의 손에 들린 캠코더 속의 정보만으로 이어진다.
현지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지만 그중 “서른 살 넘은 사람은 보지 마라”는 평이 정확한 듯하다. 이 영화는 무슨 일만 나면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를 들이대는 ‘유튜브’ 세대를 위한 ‘아수라장 뉴욕 체험기’다. 15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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