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6>명상록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갈채의 메아리가 얼마나 공허하며 찬양자들의 판단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인간의 명성이 장악하는 판도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를 상기하라. 우리가 사는 공간은 점에도 못 미치는 작은 곳인데 그 안에서 당신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조동성 서울대 교수 추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이름 높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였다. 그는 5현제(賢帝)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어질고 현명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시대가 좋지 않았다. 그가 다스리던 시절 로마는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졌다. 나라에는 페스트가 만연했고 게르만족을 비롯한 변방 민족은 끊임없이 로마를 침공했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 있는 동안 긴 세월을 전쟁터에서 지냈다.

역병으로 죽어가는 국민을 보는 황제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룻밤 사이에 생과 사가 엇갈리는 전쟁터에서 철학자는 어떤 실존적인 고민을 했을까. 그가 전쟁터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에 그런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글들은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향해 쓴 자성(自省)의 글이다. 철학 강의도 아니며 타인을 향한 설교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유용한 교훈이 차고 넘친다.

아우렐리우스는 첫 장에서 배우려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부로부터 예절을, 아버지로부터는 가식 없는 남자다움을, 어머니로부터는 소박한 생활의 모범을 배웠다.”

또 그는 “스승은 내게 힘든 일을 겁내지 말고, 필요로 하는 것은 스스로 충족시키며, 내 일은 내가 돌보고, 남의 비방에 귀 기울이지 말 것을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의 덕택으로 돌린다. 황제로서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사람이든 사물이든 주변의 모든 것에서 무엇이든 배울 게 있다고 강조한다.

철학자로서의 사색도 엿보인다. “인간이란 이 찰나의 현재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거나 “당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을 갖겠다는 꿈에 몰두하지 말고 당신이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으뜸 되는 축복이 무언가를 가려내라”고 역설한다.

조동성 교수는 “대통령은 자신의 시간을 갖기 어렵고 또 오만해지기 쉬운 자리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시대를 초월한 인간과 사회의 철학적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적절한 추천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지도자가 되새겨야 할 경구로 가득하다.

“화가 나서 사이가 나빠진 사람이라도 나와 다시 화해를 원하면 즉시 타협하라.” “터무니없는 비난일지라도 친구의 비난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막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을 향한 듯한 대목도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을 돕고 나서 곧바로 그것에 대한 공치사를 받으려 한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당신을 채무자로 간주하고 자기가 베푼 일을 항상 염두에 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만든 충실한 열매에 대해 감사를 기대하지 않는 포도나무처럼 자기가 이룩한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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