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책도 잘나가네?… 전문영역 다룬 고가서적 꾸준히 팔려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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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10만 원? 그래도 잘 나가네.’

요즘 국내 도서 가격은 대체로 1만∼2만 원대. 소설류는 이보다 낮다.

“업계 관례상 웬만하면 1만 원 아래로 맞춘다.”(김영준 을유문화사 편집장)

그런데 최근엔 2, 3배를 훌쩍 넘는 고가(高價) 서적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대박은 아니어도 꾸준히 팔린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대형 양장본 ‘위대한 도전이 낳은 인류의 명작’ 시리즈가 대표적인 경우. 지난해 10월 ‘비행기의 역사’와 ‘범선의 역사’가 나온 뒤 지난달 3권 ‘자동차의 역사’가 나왔다. 첫 두 권은 각각 8만 원, ‘자동차의 역사’는 무려 10만 원이다.

문고판이면 수십 권에 이를 가격이지만 판매 성적은 나쁘지 않다. 비행기의 역사가 1000부 남짓, 범선의 역사는 800부 정도 팔렸다. 위즈덤하우스의 허형식 대리는 “2000부 한정판으로 찍어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인류의 명작 시리즈처럼 고가 서적은 전문 영역을 다룬 게 많다. 바롬웍스에서 나온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7만3000원)이나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3만3000원)는 와인 전문서적임에도 각각 1300부, 2000부가 나갔다. 산악전문서인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바다출판사·3만 원)도 지난해 9월에 나왔지만 벌써 2000부나 팔렸다.

비싼 책이 이처럼 잘되는 건 지향하는 고객이 뚜렷할수록 가격 저항이 줄기 때문이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결국 살 사람은 사는 책들은 가격이 아니라 책의 수준을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고가 서적의 고객들이 구매력을 지닌 중장년층이라는 점과 ‘소장본’으로서의 품위도 고가 서적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장과 내용이 모두 서재 비치용으로 손색이 없다. ‘비잔티움 연대기’(바다출판사)는 세 권에 8만6000원으로 4000여 질이 나갔다. ‘YES24 디자인상’을 받을 정도로 제본도 수려하다.

전문 영역을 다룬 고가 서적의 성공 사례는 독자층의 세분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06년 말 ‘인간’(5만5000원·5000부)과 ‘지구’(5만9000원·3500부)를 출간한 사이언스북스 노의성 편집장은 “대중에게 초점을 맞춘 ‘순간 대박’은 갈수록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출판시장도 이젠 전문성을 갖추고 명확한 독자를 향하는 책이 환영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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