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김진엽 지음·신동민 그림/174쪽·1만3000원·책세상

《최근 관광명소로 뜨고 있는 서울 청계천. 이곳에 와본 이라면, 청계천 초입 동아미디어센터 앞을 떠올려 보자. 높이 20m의 길쭉한, 빨강과 파랑의 조형물이 기억날 것이다. 혹자는 ‘다슬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조형물의 작품명은 ‘스프링(spring)’. 팝 아트의 거장, 클래스 올덴버그 작품이다. “바람에 날리는 한복의 옷고름”이 모티브가 됐단다. 국내에서 작품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이에 올덴버그는 “내 작품은 논란이 없으면 실망스럽다”고 대답했다.》

이 올덴버그의 작품 중 햄버거란 작품도 있다. 지름 212cm의 초대형 고무 햄버거. 일상 소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격찬을 받았다. 근데 몇몇 치기 어린 대학생이 이 작품 옆에 대형 케첩 병을 만들었다 비난만 받고 철거당했다. 왜 햄버거는 작품이고 케첩 병은 쓰레기 취급을 받을까. 우리 눈엔 뻔한 다슬기인데?

‘예술에 대한…’은 도대체 그 예술이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서다. 어느 시대엔 외설이었으나 다음 시대엔 예술이 되는 것. 바로 시대를 사는 인간의 시각이 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예술을 둘러싼 철학과 인식의 흐름을 뒤쫓는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미학(美學) 이론은 녹록하지 않다. 단지 예술사를 설명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모방론을 알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철학을 알아야 한다. 표현론과 형식론을 익히려면 중세와 근세의 격변하는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가 떠오르는 ‘진화심리학’도 예술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고맙게도 ‘예술에 대한…’은 편안하다. 서울대 미학과 교수인 저자는 넘치는 정보를 담았으되 간결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을 보자. 수많은 올림픽 종목이 있으나 막상 전체를 아우를 공통점은 없다. 하지만 축구는 탁구와 공이라는 공통점이, 탁구는 펜싱과 손을 쓰는 게 비슷하다. “서로 간에 물고 물리는 유사성”이다. 가족유사성을 올림픽으로 절묘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유사성이 예술을 정의하는 한 가지 방법임을 보여 준다.

굳이 약점을 들자면 만화 컷들이 부담을 덜어 줘도 주제 자체가 여전히 무겁다.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확실한 대답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이 책은 끝이 아니다. 닫히는 해답이 아닌 열리는 시작이다. 듣기만 해도 답답한 철학과 과학, 사상도 출발은 그런 식이다. 궁금증을 느꼈다면 다음 책을 보자. 인생 공부란 그렇게 시작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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