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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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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감동은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가슴 밑바닥부터 엔지니어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엔지니어의 꿈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포토샵, 아크로뱃, 일러스트레이터를 발명한 찰스 게슈케 어도비 시스템 공동창업자의 말이다. 벤처기업에 초기 자본을 투자하는 회사의 설립 파트너인 저자가 “당신이 창조한 것을 우리는 당연히 원래 있었던 것처럼 쓰고 있는데…”라고 묻자 게슈케 씨는 “그 점이 정말 좋다”고 대답한다.
e메일 블로그 검색엔진 온라인결재시스템 웹2.0…. 21세기를 인터넷 시대의 삶으로 바꾼 이 피조물의 창조자들은 누굴까. 그 창조자들은 어떻게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을까. 또 그들의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성공했을까. 670쪽에 이르는 두꺼운 이 책의 주제와 형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저자는 ‘세계를 바꾼 아아디어’의 창조자 32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실었다. 애플 야후 어도비 핫메일 G메일…. 세계적으로 성공한 벤처기업의 첫 1년에 대한 이야기다. 벤처기업은 미국에서 ‘startup company(신생회사)’라고 부른다. 그만큼 벤처기업의 창업기는 중요하다. 창업자 32명은 저자가 “마술처럼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고 표현한 벤처기업 초창기를 가감 없이 증언한다.
32명 창업자의 이야기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그들의 창조 동기는 거창하지 않았고 단지 현재 불편하거나 망가진 것을 바꾸겠다는 결단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핫메일의 공동창업자 사비어 바티아 씨는 1990년대 중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다른 공동창업자 잭 스미스 씨와 e메일을 주고받았다. 스미스 씨는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 바티아 씨는 회사에서, 스미스 씨는 집에서 일했다. 당시 e메일은 모뎀을 이용해 해당 서버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는데 바티아 씨는 회사의 방화벽 때문에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웹브라우저는 어디든 자유롭게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해 웹 기반의 e메일인 핫메일을 발명했다.
천재적 아이디어만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창업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회사 안팎에서 반대의 벽에 부딪쳤고 투자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웹2.0 기반 G메일의 창시자 폴 부크하이트 씨는 새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구글에서 일했지만 웹 검색에만 관심 있던 구글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의 e메일 시스템은 받은 e메일의 문장을 검색하는 획기적 아이디어였지만 정작 부크하이트 씨는 프로젝트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핫메일의 바티아 씨는 악의적 투자자를 만나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는 경험을 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핫메일을 인수할 당시 4억 달러까지 협상을 계속한 경험도 눈여겨볼 만하다. 처음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1억6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엄청 큰 액수였지만 그는 7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 수와 다른 회사가 핫메일 같은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여러 조건을 따져 4억 달러까지 값을 올렸다.
최초 피조물에 만족하지 않고 혁신을 계속했다는 것도 창업자들의 공통점. 어도비 시스템은 컴퓨터와 프린터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성공했지만 멈추지 않고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펜과 잉크로 그리는 방식의 일러스트레이터를 개발했다. 게슈케 씨는 “어떤 제품이든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쇠퇴하기 마련이다. 5년 후, 10년 후 먹고살 것을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용자의 행동습관을 완전히 바꾸려고 하지 말라.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작지만 중요한 변화일 때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단순한 것이 성공했다. 내가 만든 제품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냥 몇 개 기능을 통합하고 정말 단순한 것을 구현했다. 단순한 것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 “오리를 잡으려면 오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오리가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총을 쏴야 한다. 현재 시장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면 제품을 소개할 때쯤 이미 여러 경쟁자가 있을 것이다.”
32명 창업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생생한 육성은 그 자체로 새겨둘 만한 명언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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