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보다 더 아름다운 기부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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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국내외 거장들의 미술품 51점을 경매에 내놓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국내외 거장들의 미술품 51점을 경매에 내놓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정문술 前 회장 소장품 30억 원어치 K옥션 출품

2001년 300억 원 기부이어 판매액 사회환원키로

“컬렉터 C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을 판매합니다. 미술품 구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사랑을 전해 주십시오.”

‘C 회장 컬렉션 경매’라는 독특한 이름의 미술 경매가 이뤄진다. 28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K옥션에서 열리는 경매의 일환으로, ‘C 회장’은 정문술(69) 전 미래산업 회장이다.

한국 벤처업계 신화의 주인공, 아름다운 경영인으로 불려온 정 전 회장이 그동안 아끼던 미술품 51점, 약 30억 원어치를 이번 경매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개인 컬렉터의 이름을 걸고 경매가 진행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

그가 작품을 내놓는 까닭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다.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했던 그는 이번에도 미술품을 판매한 돈을 사회 어딘가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15일 “정 전 회장이 칠순을 맞아 애지중지하던 미술품들을 모두 내놓기로 했다”며 “판매액은 30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 돈을 모두 아름다운 일에 쓰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현재 외국 여행 중이다.

안목 있는 컬렉터로 잘 알려진 정 전 회장은 그 명성에 걸맞게 국내외 명품 51점을 이번 경매에 내놓았다. 권옥연 권진규 김정숙 김창열 김환기 남관 백남준 유영국 이우환 장욱진 전뢰진 최종태 씨를 비롯해 프랑스의 장 아르프, 스위스의 미셸 파브르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들. 특히 조각 컬렉션이 돋보이며 출품작 가운데 25점이 조각품이다.

주요 작품의 낙찰 추정가는 장 아르프의 조각 ‘신화의 인물’이 5억5000만∼6억 원, 백남준의 비디오 조형물 ‘딘 윙클러에 대한 경의’가 3억5000만∼4억5000만 원, 권진규의 테라코타 조각 ‘지원’이 1억5000만∼2억 원 선이다. 이 외에 유영국의 그림 ‘산’은 1억5000만∼2억 원, 김환기의 그림 ‘15-Ⅶ-70 #181’은 1억5000만∼1억8000만 원, 장욱진의 그림 ‘까치와 나무’는 1억∼1억5000만 원 선에서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정 전 회장의 컬렉션은 투자 목적이 아니라 미술을 진정으로 좋아해 한점 한점 수집한 것”이라면서 “이번 경매가 미술품 수집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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