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84>歲不寒, 無以知松柏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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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세)는 시기나 세월의 뜻이다. 해, 즉 年(년)의 뜻이 있고 연령을 뜻하기도 한다. 歲暮(세모)는 한 해가 저무는 때인데 老年(노년)을 비유하기도 한다. 寒(한)은 춥다는 뜻으로 寒暑(한서)는 추위와 더위이다. 歲寒(세한)은 1년 중에서 몹시 추운 시기를 가리키며, 역경이나 난세 또는 노년을 비유하기도 한다. 以(이)는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킨다. 따라서 無以(무이)는 방법이나 수단이 없다, 즉 ∼할 수 없다는 뜻이다. 有以(유이)는 그와 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知(지)는 안다는 뜻이다. 松(송)은 소나무로, 수명이 길고 빛깔이 사시에 푸르므로 節操(절조)나 長壽(장수) 및 번창함을 의미한다. 柏(백)은 측백나무 또는 잣나무를 가리킨다. 松柏(송백)은 모두 상록수로서 흔히 굳은 절개를 비유하기도 한다.

추운 계절이 되면 뭇나무는 잎이 마르고 낙엽이 진다. 그러면 송백의 변함없이 푸르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송백의 남다름은 바로 다른 나무가 견뎌내지 못하는 추위에 처해야 비로소 드러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荀子(순자)는 이어서 “어려운 일이 닥치지 않으면 군자를 알아볼 수 없다”고도 말했다.

좋은 여건 속에서는 누구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려운 처지가 되어야 진정한 모습과 가치가 드러난다. 다같이 어려운 처지에서 진정한 어짊과 양보의 미덕이 드러나며 두렵고 힘든 일이 닥쳐야 진정한 의지와 용기가 빛난다. 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닥쳐야 진정한 능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혹자는 말한다. 송백도 꺾여 땔나무가 되기도 하듯이 무상한 것이 또 세상의 이치라고. 그렇기는 해도, 누구나 잡목보다는 송백을 戀慕(연모)하리라. ‘荀子(순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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