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워킹 트렌드에 딱 맞아…12만부 기염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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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한 선배에게 물었다. “형, 30대가 되니 예전 같지 않아. 환경호르몬이 그렇게 무섭다며? 고기 탄 거, 옷 입는 것도 조심하게 되더라.”

선배가 되묻는다. “너 담배 피우냐?” “응.” “술은?” “마시죠.”

심드렁한 그의 대답. “그럼 걱정 마. 나쁜 거 술 담배에 다 들어서 그거론 기별도 안 가.”

요즘 건강은 초미의 관심사다. 거의 제1의 대화 소재다. 무슨 운동을 하는지, 뭘 먹으면 좋은지. 심지어 상가(喪家)에서도 빠지지 않는 대화다.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전체 출판 서적에서 건강 관련 책이 10% 이상 차지한다. 온오프라인서점에 건강 코너가 붐빈 지는 이미 오래다. ‘참살이(웰빙)’로 시작한 사회적 트렌드는 ‘몸짱’ ‘동안(童顔)’ ‘건강식’ 신드롬을 거쳐 그때그때 출판계에 반영된다.

요즘은 걸음걸이가 화제다. 그 이름은 ‘장생보법’. 단학선원으로 유명한 이승헌 씨가 만든 “운명을 만드는 걸음걸이”란다. 제목도 ‘걸음아 날 살려라’(한문화). 5월에 나와 12만 부(판매부수 기준)가 나갔다. 지난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있었던 저자 사인회에서만 1400여 권이 팔렸다.

걷기는 요즘 생활운동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운동’이다. 파도는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 이름하여 ‘마사이 워킹’. 말 그대로 마사이족처럼 걷기다. 비만도 없이 무병한 마사이족의 건강비결로 관심을 끌었다. 이 워킹을 돕는다는 수십만 원대 신발도 불티나게 팔린다.

마사이 워킹과 장생보법을 살펴보자. 마사이 워킹은 뒤꿈치를 먼저 땅에 닿게 한 뒤 발 앞부분으로 차고 나간다. 장생보법은 발바닥 앞 3분의 1 지점 ‘용천혈’로 땅을 딛고 발가락을 움켜지듯 한다. 걷는 방법만 보면 비슷하다. 턱을 살짝 당기고 시선은 정면 약간 아래로. 허리를 펴고 두 무릎을 스치듯 걷는다. 팔자걸음은 피하라 등.

‘걸음아…’의 인기는 시대를 반영한 트렌드의 힘이다. 물론 ‘뇌호흡’ ‘힐링 소사이어티’ 등 화제작을 발표한 저자지만 요즘 같은 워킹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이만한 인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책 내용도 이전 책들의 내용에 ‘걸음’이 합쳐진 정도다.

독자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책의 깊이를 쉽게 믿는다. 출판시장도 ‘시장’이란 점을 간과한다. 한글날이면 한글관련 책이 나오고, 노벨 문학상 시즌에는 수상자의 책이 쏟아진다. 딱히 출판사가 시장을 지나치게 노린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다시 그 의사 선배에게 전화했다. “형, 요새 무슨 무슨 걷는 법이 인기잖아. 이런 게 얼마나 효과가 있어요?” 또 심드렁한 그의 대답. “그냥 많이 걸어.”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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