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년 소설가 정연희 씨의 감격… 문단 지인 기념문집 헌정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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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연희(71·사진) 씨가 등단 50년을 맞았다. 대학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문단에 이름을 알렸고, 소설 ‘석녀’ ‘난지도’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오랜 작가생활을 기념해 문단 안팎의 지인 123명이 그를 위한 문집 ‘정연희-미운 오리새끼’(개미)를 출간했다. 짧은 글모음이지만 정 씨의 삶과 문학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31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포타임(02-526-0300)에서는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소설가 홍성원 씨는 정 씨의 소설집 ‘바위눈물’을 읽은 감상을 편지 형식으로 보내 왔다. “단편 ‘오, 카라얀!’ 중 일상에 파묻혀 외곬으로 달려왔다가 어느 날 벼랑 끝에 서서 절망하는 중늙은이의 정신적 홍역은 우리들 이야기”라면서 “저는 요즘 ‘암(癌)아, 우리 친구 하자’고 지냅니다”라고 암 투병 중인 근황을 전한다. 평론가 김병익 씨도 “요즘 젊은이들의 섬세한 사랑 이야기들을 자주 접하지만 선생님의 작품은 참된 삶과 원숙한 정신이 보여 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하는 뜻 깊은 독서체험”이라고 독서평을 밝혔다.

소설가 윤후명 씨는 1991년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도라지꽃을 꺾어 신부의 부케를 만들어 준 다감했던 정 씨에 대한 기억을 고백한다. “소박한 풀꽃다발 부케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뜻 깊은 것”이었다면서 “해마다 도라지꽃이 피면 그 부케와 함께 선생님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남편 김응삼 씨는 “‘유명한 어부인 그늘에 살면서 라면이라도 얻어먹는가?’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아내의 손맛은 나에게만 허락된 숨겨진 복”이라고 살짝 자랑하기도 한다.

문집을 만들겠다는 후배들의 청을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정 씨. 그렇지만 끈질긴 애소에 마음을 열었다. 모인 글 한 편 한 편을 읽으면서 정 씨는 “갑자기 미친 듯이 글을 써 주신 분들을 내 품에 뜨겁게 껴안고 싶어졌다. 이 세상에서 내가 받은 가장 크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다발이 되었고 행복해서 눈물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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