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다툼은 가사입은 도둑의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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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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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서 최근 불교계의 갈등과 추문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
법정 스님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가을 정기법회에서 최근 불교계의 갈등과 추문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
법정스님 “출가정신 되살려 욕망 떨쳐야” 질타

“어찌 도둑들이 내 옷을 꾸며 입고 나를 팔아 온갖 악업을 짓고 있느냐.”
법정 스님의 호통이 2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경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부처님의 말씀을 빌려 수행자들의 자세를 꾸짖는 스님의 설법에는 노기(怒氣)가 서려 있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법정 스님이 이날 가을 정기 법회에서 설법을 했다.
법정 스님은 2000여 명의 신도 앞에서 설법을 시작하면서 “이 자리에 서기 송구스럽고 민망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작심한 듯 최근 불교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마곡사 관음사 사태와 신정아 씨 사건을 둘러싼 종권투쟁 등을 겨냥해 “수행자의 겉모습을 하고서 속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불자(佛子)가 아니라 가사(袈裟) 입은 도둑”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주지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은 출가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출가란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온갖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세속적 이익과 욕망을 떨쳐버리고 안팎으로 정진, 참선하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비리에 물들기 쉽다”며 “참선과 염불에 몰입하는 수행자의 모습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승가의 생명은 청정함에 있으며, 자유와 평안의 경지는 지극한 마음으로 수행 정진할 때만 유지된다”며 서산대사가 지은 ‘선가귀감(禪家龜鑑)’의 한 구절을 들어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수행 승려는 초야에 묻힌 시골 선비만도 못하다”는 말도 했다.
법정 스님은 불교계를 향한 쓴소리를 접은 뒤 “오늘날 우리는 돈에 얽매여 사느라 삶의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을 등지고 산다”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소유욕을 버릴 때 발견할 수 있고 텅 빈 마음에서 아름다움이 저절로 드러나며, 그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나와 대상이 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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