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1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화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을 악마로 둔갑시키는 것은 화를 표현하는 잘못된 방법이다.
필리파 피어스의 ‘학교에 간 사자’에 실린 단편 ‘무지무지 잘 드는 커다란 가위’는 화가 난 아이의 심리를 잘 보여 주는 책이다. 할머니의 병문안에 데려가지 않아 화가 난 팀에게 커다란 가위를 파는 아저씨가 찾아온다. 팀은 이 가위를 사서 집 안의 물건을 싹둑싹둑 잘라 쑥대밭으로 만든다. 한참 지난 뒤 팀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후회한다. 그때 ‘아주 특별한 접착제’를 파는 할머니가 팀의 집에 온다.
미셸린 먼디의 ‘화가 나는 건 당연해!’는 화를 슬기롭게 다루는 법을 알려 준다. 화는 기쁨 슬픔 두려움처럼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이며, 무엇이 자신을 화나게 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어 준다. 화가 용기를 주거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해 줄 때도 있다며 화의 긍정적인 부분도 이야기한다.
‘무지무지 잘 드는 커다란 가위’가 이야기의 재미를 갖추고 있다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해!’는 화에 대해 설명해 주는 교육지침서다.
팀처럼 가위로 물건을 잘라 낼 게 아니라, 못 쓰는 신문지를 자르거나 찢은 뒤 깨끗이 치우는 게 화를 푸는 데 좋은 방법이다. 사람을 때리려는 아이에게 베개나 이불을 쌓아 두고 때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 팀의 어머니가 팀을 할머니 댁에 데려가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져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도 좋다. 책을 통해 쉽게 상대의 처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속상해도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많다. 특히 남자 아이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울고 싶을 때 맘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고, 울어도 괜찮다고 다독거려 주면 어떨까. 눈물은 화를 표출하고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기 때문이다.
김리리 동화작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