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중국을 움직이는 말 한마디’

  • 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09분


◇ 중국을 움직이는 말 한마디/김희철 지음/336쪽·1만2000원·평단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먼 길을 갈 때 말의 힘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긴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2003년 몽골 국회 연설에서 이 말로 양국 관계는 오랜 시간을 통해 담금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중국의 ‘사림광기’에서 전해져 오는 고사성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고사성어다. 출전은 ‘춘추좌씨전’. 그런데 마오쩌둥이 6·25전쟁 당시 북한 김일성에게 파병 요청을 받고 오랜 고민 끝에 이 말로 파병의 의의를 정리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오쩌둥은 파병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일주일 동안 수염도 깎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중국 역대 지도자들이 일선에서 했던 말들을 정리했다. 비록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그 한마디가 중국을 변화시켰고 또 만들어 갔다. 그 말은 비전과 의제를 담은 국정의 방향이었던 것이다.

사례를 하나 더 보자. 저우언라이는 1955년 영국 대사 윌리엄에게 두 개의 중국을 인정하는 영국의 중국 정책을 ‘후발제인(後發制人)’이라는 말로 비판했다. ‘순자’에 나오는 이 말은 한 걸음 양보하고 우열을 살핀 뒤 단박에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것으로, 영국에 대해 강단 있는 태도를 보여 준 것이다.

‘흑묘백묘’로 유명한 덩샤오핑은 ‘부저추신(釜底抽薪·솥 밑에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 물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다는 뜻으로 근본부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으로 개혁과 개방에 대한 저항 심리를 잠재웠다. ‘부저추신’은 손자병법 36계 중 19계. 물을 식히려면 불부터 꺼야 한다는 것이다.

10여 년간 중국 투자무역 컨설팅을 하고 있는 저자는 중국 지도자의 말을 통해 탁월한 화술과 지략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한마디에 담겨 있는 강단과 격(格)과 앎을 보면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칠 수 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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