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우리처럼 사랑할까요”… ‘조선시대 한글편지’전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원손 시절 정조가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문안 편지. 세손에 책봉되는 8세 이전 어린 시절의 편지여서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조선조 왕 중에서 명필로 소문 난 정조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국립국어원
원손 시절 정조가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문안 편지. 세손에 책봉되는 8세 이전 어린 시절의 편지여서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조선조 왕 중에서 명필로 소문 난 정조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국립국어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 마음속 정을 담뿍 담아 손수 써서 보낸 조선시대 옛 한글편지를 살펴볼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561돌 한글날을 맞아 9일부터 한 달간 마련하는 디지털한글박물관(www.hangeulmuseum.org)의 특별기획전 ‘옛 한글 편지전’이다. 이 전시는 한글 고문헌 자료를 소개하는 디지털한글박물관 정식 개관 기념전이기도 하다.

당시 언어와 삶의 생생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글 편지를 ‘왕실의 편지’ ‘사대부의 편지’ ‘서민의 편지’로 나누어 7편씩 총 21편을 수록했다.

‘왕실의 편지’에선 선조 효종 숙종 정조 등 조선 임금의 위엄이 서려 있는 글씨체와 효종비와 순종비 등 왕비들의 단아하고 정제된 궁체를 통해 한글의 품위를 느낄 수 있다.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이 인쇄된 순종비의 편지지에서 풍기는 아취와 귀퉁이에 앙증맞은 화병이 그려진 어린 시절 정조 편지지의 귀여움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사대부의 편지’에선 송강 정철, 우암 송시열, 추사 김정희 등 이름난 문신들의 예술적 경지에 이른 한글 서체와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민들의 편지도 눈길을 끈다. 이응태의 젊은 아내는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남들도 우리같이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요”라는 애절한 사랑 고백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맹숙주의 어머니는 멀리 떠나 있는 13세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글씨도 놀지 말고 써라, 네 글씨가 기괴하다”며 세심한 모정을 전해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선 원문과 함께 현대어를 제시하고 디지털 돋보기로 글씨를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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