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폼생폼사 2030 “음악은 패션이다”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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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런 음악을) 듣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소라(27) 씨. 퇴근 후 스타벅스에서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즐겨 마시는 그는 아이팟을 귀에 꽂고 ‘치크리트’(Chick-lit·20,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린 소설)를 읽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프라다 폰에서 울리는 벨소리는 제이팝 밴드 파리스 매치의 ‘서머 브리즈(Summer Breeze)’, 컬러링은 인디밴드 더 멜로디의 ‘랄랄라’다. 평소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거는 배경음악(BGM)만큼은 남들이 모르면서도 감각적인 곡을 고집하는 편. 친구들이 “이 옷 어디서 샀니?”라고 물어오는 것처럼 “이 음악 무슨 노래야?”라고 물어볼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는 그. 루이뷔통 토드백과 블랙 반짝이 원피스 등 최신 ‘머스트 해브 아이템’들로 무장한 그에게 ‘없어 보이는 음악은 죄악이다’. 고로 그에게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패션의 완성이다.

○ 음악은 감상용 아닌 차별화 수단

명품 옷과 근사한 취미, 심지어 커피를 통해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 이제 음악은 혼자만의 감상용이 아니다. ‘워크맨’의 등장이 음악을 개인적 감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음악사의 ‘혁명’이었다면 인터넷의 등장은 음악을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으로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BGM이다. 개인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글을 보며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홈피와 블로그에 걸어놓은 BGM을 듣게 된다. 사진과 글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 혹은 취향을 음악을 통해 보여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벨소리, 컬러링도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을 땐 최신 유행발라드나 댄스곡을 들어도 자신을 보여 주는 음악을 고를 때만큼은 ‘있어 보이는’ 음악을 택하는 것이다.

네이버 대중문화 서비스매니저팀 신현국 씨는 “트렌드를 주도하고 남들과 차별화를 원하는 20, 30대 여성의 경우 10대들과 다른 소비경향을 보인다”며 “흔한 유행가보다 자신을 좀 더 트렌디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재즈, 보사노바나 일렉트로니카 음악, 드라마나 CF 삽입곡에 대한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음악도 명품처럼 소비될 수도… ”

이러한 현상은 천편일률적인 인기 가요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장르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민주(28)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녀는 “미니홈피 BGM에 깔아 놓을 그럴듯한 음악을 찾다가 인디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친구의 블로그에서 정말 좋은 곡을 듣고 그 가수의 다른 노래를 찾아 컬러링으로 설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 30대 여자들이 주 시청층인 드라마 OST에 국내 실력파 뮤지션의 곡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 그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에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OST. 티어라이너, 허밍 어반 스테레오, 캐스커, 더 멜로디 등의 노래들이 드라마만큼 인기를 끌었다.

‘2030’ 여성들을 겨냥한 콘서트도 열리고 있다.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T)을 기획한 마스터플랜의 이종연 대표는 “뻔한 것보다는 쿨한 음악을 찾는 경제력 있는 여성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공연으로 해소 시키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이 부수적 액세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음악평론가 김태훈 씨는 “음악 산업이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가기 시작하고 명품 브랜드처럼 소비된다면 음악을 음악 자체로 감상하고 평가하는 경향은 점점 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꼽은 그녀들의 머스트 해브 뮤직
<팝>
곡명가수
Skyhigh프리템포(FreeTEMPO)
I Remember모카(Mocca)
Way Back Into Love휴 그랜트와 헤일리 베넷(Hugh Grant and Haley Bennett)
If I Ain't Got You 얼리셔 키스(Alicia Keys)
<연주곡>
곡명가수
Rain사카모토 류이치(Sakamoto Ryuichi)
If You Believe짐 브릭먼(Jim Brickman)
Skywalker사사키 이사오(Sasaki Isao)
Rainbow Bridge스티브 바라캇(Steve Barakatt)
<제이팝>
곡명가수
Jinseino Merry-go-round히사이시 조(Hisaishi Joe)
Marry Me 엘르가든(Ellegarden)
Pon Pon오쓰카 아이(Otsuka Ai)
Hitoiro나카시마 미카(Nakashima Mika)
<재즈>
곡명가수
Kind of Blue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Au Lait팻 매스니(Pat Metheny)
Liberte Tango유로피안 재즈 트리오(European Jazz Trio)
Six Play조지 벤슨(George Benson)
도움말 SK텔레콤 김영석 음악 매니저, 네이버 대중문화 서비스 매니저팀 신현국 씨.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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