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쿠오바디스?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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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가 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의 후유증이다. ‘참회’냐 ‘전진’이냐, ‘복음주의’냐 ‘다원주의’냐 등을 놓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달구고 있다. 선교 전략뿐만 아니라 개신교계에 만연한 성장주의, 기복주의, 세속주의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회의 내용은 뭐가 돼야 할지의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전쟁

“너무 여론에 기죽을 것 없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계시잖아요. 이번 사건도 기도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탈레반의 마음을 움직였고 정부를 움직여 석방된 것입니다.”(ID 로뎀나무)

“국민들과 대다수 선량한 교회들 앞에서 석고대죄해도 부족하거늘…그저 자기들 입지 허물어질까, 사태를 호도하는 당신들의 작금의 모습은 참으로 역겹습니다.”(ID ssamaym)

개신교 사이트 ‘뉴스앤조이’에 뜬 ‘댓글 전쟁’의 일부다. 같은 개신교인을 표방했지만 시각은 너무나 딴판이다. 비개신교인과 개신교인 간의 논쟁은 아예 벽을 향해 외치는 것과 같다. ‘일상의 언어’와 ‘신앙 고백’ 사이에는 낯선 사람, 이방인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공적(公的) 매개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신교 단체들도 ‘자성’을 얘기했지만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선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샘물교회가 고(故)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죽음을 ‘순교’로 규정하면서 위험 지역 선교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박은조 목사는 “앞으로 이전보다 더 어렵고 힘든 영적 싸움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인질들의 생명 때문에 공격을 자제하고 있던 많은 사람이 무차별로 교회와 복음을 공격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교회의 권혁수 장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구한말 미국 선교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대학, 병원들을 세운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이제 우리가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한 나라에 들어가 봉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권오성 총무는 “선교의 큰 원칙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고 현지 종교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공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6개 개신교 단체들은 4일 아프간 피랍 사태와 관련해 반성과 참회의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원로들이 움직인다”

개신교계의 원로에 해당하는 목회자들이 내부를 향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원로 신학자인 실천신학대학원대 은준관 총장은 9일 서울 수표교교회 창립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2007 수표교교회 포럼’에 발표할 발제문을 통해 “한국 교회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교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성장주의, 물질주의에 빠진 개신교를 강력히 비판했다.

은 총장은 “남쪽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근본주의 신앙의 교단 몇 개를 제외한 미국 주류 개신교회는 하나의 예외도 없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더 놀라운 사실은 시기와 장소만이 다를 뿐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의 행로를 그 실패의 길까지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태(연동교회) 홍성현(수송교회) 유경재(안동교회) 서광선(전 이화여대 교목) 이형기(전 장신대 교수) 목사 등 현직에서 은퇴한 원로목사들도 4일 오후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린 ‘장로교 목사안수 100주년 기념 참회기도회’에서 개신교 내부를 향해 ‘아픈 얘기’를 쏟아 냈다.

김형태 목사는 “물량적 교회 성장 정책은 해외 선교 경쟁을 촉진하고, 호기심과 탐험심이 강한 젊은 학도들을 자극해 봉사활동이라는 미명하에 기독교 선교를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홍성현 목사는 “개신교가 다수가 되고 강한 자 편에 서게 되면서 과거 소수로서 받았던 측은함과 동정심은 사라졌다. 교회가 커지고, 돈이 많아지고, 이를 펑펑 쓰고 하니 ‘오만하고 독선적이구나. 자기들이 다수가 돼 사회를 지배하려 하는구나’ 하는 불쾌감이 만연해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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