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과 마음 열린 행복한 시간”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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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한 어린이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내온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관람 감상문 카드.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어린이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내온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관람 감상문 카드.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동아일보사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동 주최)이 열리고 있는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에 최근 A4 용지 크기의 우편 봉투가 배달됐다. 교육담당 김성미 씨가 봉투를 열어 보니 예쁜 카드와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전시를 보고 돌아간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푸른학교 공부방의 선생님과 아이들이 보낸 것이었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20만명 돌파

‘아이들에게 미술관 관람은 눈과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문화를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푸른학교.’

편지를 읽은 김 씨는 가슴이 찡했다. 관람 교육을 받은 뒤 그림을 감상하던 어린이 20여 명의 해맑은 표정이 떠올랐다.

푸른학교 공부방의 초등생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카드에 관람 소감을 정성스레 적어 넣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그림은 ‘마리 드 부르고뉴’. 아이들의 시각과 관찰력은 예리했고 품평도 만만치 않았다.

‘왕가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많았는데 그림이 정말 멋지고 색도 잘 칠한 것 같다. 황제의 초상화를 보았는데 막시밀리안은 위엄 있어 보이고 루돌프 황제는 얼굴만 뚜렷해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마리 드 부르고뉴’다. 부르고뉴가 들고 있는 종이에 적힌 게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다.’ (대일초교 6학년 이상만)

‘왕이 사랑한 그림들이 정말 멋있었다. 전시장 분위기는 그림이 쭉 이어져 보기 좋았고, 빨간 풍의 벽지는 고요하면서도 보기가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막시밀리안 1세’다. 오스트리아 왕으로서 너무나 듬직해 보였고 너무나 멋진 그림이었다. 뒤에 있는 칼은 전쟁의 승리를 뜻하는 것 같고, 지휘봉은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대일초교 6학년 김민제)

이번 전시의 홈페이지(www.미술전시.kr)에는 어린이들의 재미있는 글이 많이 올라 있다. 어머니에게서 “비엔나 전시 보러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소시지를 떠올렸다는 서울 노원구의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비엔나 전시가 소시지 시식회인 줄 알았지만 전시를 보고 나서는 소시지보다 그림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 전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7000여 점 가운데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티치아노 등 16∼18세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거장들의 작품 64점을 선보이는 자리. 어린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이들이 미술을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에겐 이번 전시가 즐거운 축제의 장인 셈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29일 관람객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은 15일 오후 5시 온 가족이 참여하는 퀴즈대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월요일 휴관). 초등학생 7000원, 청소년 9000원, 어른 1만2000원. 02-2022-060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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