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소설가’로 불릴 만큼 격정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던 김 씨. 그런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거칠고 흥분에 찬 게 아니라, 섬세하고 따사롭다. 19년을 함께 지낸 장롱을 버리려고 내놨을 때 거기 담긴 세월의 주름을 새삼 확인하고 눈물이 어리거나, 겨울을 맞아 창고에 넣어 뒀던 난로를 꺼내면서 마치 오래 묵은 친구를 만난 듯한 마음을 되새기는 장면.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는 밤이면, 그의 글 ‘교토의 저녁’처럼 교토에서 단팥죽을 먹고 싶다는 낭만…. 사회 운동을 열정적으로 벌였던 시간을 돌아보는 기억에도 그런 따뜻함이 스며 있다.
문학관을 짓자는 청에 “작가는 죽고 나면 작품으로만 남으면 된다”며 거절한 소설가 박완서 씨, 배추 한 포기 값이 얼마인데 원고료를 이리 많이 주냐며 손사래를 치던 동화작가 권정생 씨 등 문인들과의 일화도 전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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