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젊은 그녀들 ‘샤워’에 흠뻑 젖다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코멘트
《‘샤워’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들은 물로 몸을 씻는 것이 아니라 샤워처럼 쏟아지는 선물과 수다를 즐긴다.

임신한 친구를 위한 ‘베이비 샤워(baby shower)’와 결혼하는 친구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친구들이 파티를 열어 주는 샤워는 미국 등 서구 문화다. 한국에도 파티 문화가 퍼지면서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된 생일파티, 연말파티 등을 넘어서 임신, 결혼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20, 30대에게 미국 문화의 ‘교과서’가 돼 버린 TV 시리즈물 ‘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의 주인공들이 책을 냈다고, 이웃이 이사를 왔다고 파티를 하는 것처럼.

젊은 여성들은 왜 샤워를 즐기는가. 또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준비하는가. 》

○ 산전우울증 날리는 베이비 샤워

회사원 한현주(27) 씨는 15일 고교 동창생 6명과 함께 베이비 샤워 파티를 열었다. 한 씨는 다음 달 12일 첫아이를 낳을 예정이다.

“요즘 주변에서 베이비 샤워를 많이 하니까 친한 친구들이 파티를 열어 준다고 해서 모였어요.”

한 씨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10년간 생활했고, 친구들도 영국 등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들이 있어 파티 문화가 익숙하다.

임신 막달이 되니 몸이 불어 키 160cm에 몸무게가 65kg이나 되자 한 씨는 산전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몸이 무거워 직장생활하기에 버거웠지만 친구들은 대부분 미혼이라 자신의 우울한 느낌을 하소연할 상대가 별로 없었던 것.

친구들은 이런 한 씨를 위로하고 임신부와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파티를 열어 주기로 했다.

친구 박희수 씨는 “어차피 출산 뒤 선물을 사줘야 하는데 출산한 뒤에는 산모가 몸조리를 하느라 즐기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파티를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선물을 사러 돌아다니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 씨는 “베이비 샤워를 하고 나니 친구들이 나를 돌봐 준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로소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났다”며 “우울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메리어트호텔에 다니는 강민경(30) 씨는 3월 베이비 샤워를 하고 4월 출산한 뒤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강 씨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자신의 집으로 친구 6명을 초대했다. 강 씨는 카나페(햄 치즈 연어알 등을 얹은 빵 또는 크래커) 치즈 과일 샌드위치 커피 음료 등 간단한 음식을 장만했고 친구들은 아기옷, 체온계, 장난감, 신발, 모빌 등을 선물로 줬다.

육아 경험이 있는 친구 한 명이 육아 서적을 주며 아기 샤워시키는 법을 알려줬고, 다른 친구들도 주변에서 들은 육아 정보를 강 씨에게 앞 다퉈 들려줬다.

강 씨는 “베이비 샤워 당시는 육아 정보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막상 아이를 낳아 키워 보니 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파티에 참가한 친구들도 모두 즐거워해 앞으로도 결혼하는 친구가 있다면 베이비 샤워를 하자고 서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 ‘처녀들의 수다’ 브라이덜 샤워

웨딩숍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최정아(26) 씨는 결혼식(지난해 6월 10일)을 일주일 앞두고 대학 친구 4명과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브라이덜 샤워 파티를 열었다.

친구들과 ‘처녀들의 파티’를 열고 싶던 참에 한 잡지사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열어 주는 브라이덜 샤워 파티에 당첨됐던 것. 최 씨는 자신과 친구들이 입을 드레스와 화장만 준비했으며 친구들은 신혼여행지에서 사용하도록 향수와 속옷 등을 선물로 줬다.

이날 브라이덜 샤워 파티는 결혼을 먼저 한 친구들이 예비 신부 최 씨에게 ‘실전 결혼 정보’를 들려주는 자리가 됐다.

친구들은 신혼여행지에서는 비키니 수영복을 꼭 챙겨갈 것, 해외여행 중에는 물도 가려서 먹을 것, 길거리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또 결혼식 당일 손님도 많고 정신이 없지만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를 잘해야 ‘미운털’이 박히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아기를 빨리 낳으라는 시부모님의 요구에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것, 시부모님 앞에서는 남편에게 존댓말을 쓸 것 등 경험담을 바탕으로 사소한 ‘갈등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 법을 풀어놓았다.

최 씨는 “대학생 때부터 사귄 남편과의 연애 역사를 다 아는 친구들이라 ‘한번 헤어졌던 적이 있으니 서로 필요하다는 걸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편지를 받았다”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라 오전 11시에 시작한 파티가 오후 3시가 돼서야 끝났다”고 말했다.

올 3월 결혼한 스타일리스트 서정은(31) 씨는 결혼식 당일 브라이덜 샤워를 한 경우. 신혼 첫날밤을 보낼 호텔방에 케이터링 업체로부터 간단한 음식을 주문해 놓고 아침부터 친구들과 서 씨가 수다를 떨었던 것. 이날 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서 씨에게 신부화장을 선물로 해줬으며 친구들은 서 씨가 폐백을 올리고 있는 사이 호텔방을 풍선으로 장식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꽃잎을 띄워 놓았다.

서 씨는 “결혼식이 끝나면 피곤하니까 굳이 뒤풀이를 하지 않고 이렇게 호텔방에서 틈틈이 수다를 떠는 것으로 뒤풀이를 대신하기도 한다”며 “결혼 선물은 가전제품 등을 미리 해주거나 결혼 당일 필요한 준비를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샤워 준비하는 실전 노하우

집에서 베이비 샤워나 브라이덜 샤워를 할 때는 너무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천현산 씨는 “베이비 샤워 때는 임신부를 위해 소화가 잘되는 음식과 고단백 음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며 “한 입에 먹기 쉬운 카나페, 달걀 샌드위치, 과일꼬치, 색소를 사용하지 않은 마들렌 등이 내가 주로 준비하는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방을 꾸밀 때는 풍선 말고도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배냇저고리와 아기 옷을 빨래집게로 걸어 두면 분위기가 산다. 친구들을 위해 간단한 쿠키를 준비해 돌아갈 때 주면 좋다.

임신부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한다는 점을 감안해 파티는 1, 2시간 안에 끝내도록 한다.

웨딩 및 파티플랜 업체 써니플랜의 최선희 실장은 “브라이덜 샤워 때는 굳이 드레스를 빌리지 않더라도 명색이 파티니까 흰색이나 분홍색 옷 등 ‘드레스 코드’를 정해서 파티 분위기를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호텔서 부담없이 파티를”▼

호텔업계는 샤워 패키지 상품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선물까지 포함해 20만 원대부터 60만 원대까지 가격이 다양해 친구 4, 5명이 모이면 큰 부담 없이 샤워파티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웨스틴조선호텔의 베이비 샤워 패키지는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스위트룸에서 샌드위치, 스파게티, 피자를 먹으며 간단한 파티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임신부에게 ‘쇼콜라’의 우주복 등을 선물로 주고 만삭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대리석으로 만든 5×7 사이즈 액자에 넣어 준다. 48만∼58만 원(세금 봉사료 별도, 이하 마찬가지).

브라이덜 샤워 패키지는 ‘제인 패커’의 꽃으로 장식된 스위트룸에서 와인 파티를 열 수 있도록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준비해 준다. ‘캘빈클라인’의 파자마 커플 세트, ‘오리진스’의 목욕용품, ‘로얄 코펜하겐’의 접시 등이 선물로 나온다. 65만 원.

두 패키지 모두 사우나, 헬스장,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추가 혜택이 있다.

내년 2월까지 파는 호텔신라의 브라이덜 샤워 패키지는 와인, 맥주, 안주를 제공하며 조식 뷔페와 ‘키엘’의 여행용 세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신부에게 ‘르 꼬르동 블루’의 미식과정 프로그램 이용권 2장, 호텔 미용실의 드라이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60만 원.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은 연말까지 브라이덜 샤워 패키지를 판다. 역시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준비해 주며 조식 뷔페와 헬스장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35만 원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선물이 따로 없다.

서울프라자호텔은 11월 30일까지 베이비 샤워 패키지를 판다. 케이크, 파이, 과일, 주스를 제공하며 유기농 배냇저고리, 손싸개와 태교동화, 만삭의 임신부 사진 촬영권 등을 선물로 준다.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무료 이용. 25만 원.

W서울워커힐호텔은 이달 말까지 브라이덜 패키지를 판매한다. 홈시어터, 게임, 음악, 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는 객실에서 예비신부의 이름이 새겨진 케이크, 제임스 본드로 분장한 사람이 서빙하는 칵테일 4잔, ‘하이네켄’ 5L 생맥주를 제공한다. 49만∼53만 원대.

그랜드힐튼호텔이 연말까지 파는 베이비 패키지는 생크림 케이크, 카나페, 오렌지 주스, 피자 등을 파티 음식으로 제공한다. ‘엘르뿌뽕’의 배냇저고리 2벌, ‘엘르뿌뽕’ 제품 20% 할인 쿠폰, 사진 촬영권을 제공하며 아침식사를 할인해 준다. 22만∼33만 원대.

각종 여성 잡지나 인터넷 카페 ‘지후맘’(cafe.naver.com/imsanbu)은 응모자 가운데 추첨해 무료 파티를 지원해 준다. 실속파들은 한번쯤 응모해 볼 만하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