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소설가 우정이 담긴 편지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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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44) 씨와 일본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는 작가 쓰시마 유코(60) 씨의 편지 에세이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현대문학)이 나왔다. 2006년 3월부터 1년간 한국의 문예지 ‘현대문학’과 일본의 ‘스바루’에 동시에 연재한 것이다. 두 사람은 10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일작가심포지엄’에서 만나 교유해 왔다.

‘당신 어머니가 시골 밭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고 수수하고 인내를 요구하는 하루하루의 삶만이 마지막에 남겨진 결실이 된다고 ‘외딴 방’의 신경숙 씨 어머니 모습이 내게 가르쳐 줍니다.’(쓰시마 유코)

‘서로 무슨 얘기를 쓰자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결국 서로 같은 얘기를 쓰고 있었지요. 막연히 쓰시마 님과 함께 글쓰기를 하면 행복할 것 같다, 라는 추측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신경숙)

일상의 작은 것에 대한 의미 부여로 시작하는 이들의 편지는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는 데로 나아간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딸인 쓰시마 씨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 다운증후군 오빠의 죽음, 아들을 사고로 잃은 이야기 등 상처 많은 가족사를 담담하게 전한다. 신 씨도, 글을 몰라 딸의 소설을 못 읽는 어머니, 여자라는 이유로 늘 오빠들 뒷전이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차분하게 쓴다.

개인사뿐 아니라 청소년 범죄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남북 분단 문제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는다. 양국 작가의 따뜻하고 정갈한 문장에 담긴 깊은 사유를 느낄 수 있는 편지 모음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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