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한국사냥 성공했나 꼬리내렸나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흥행 불패’ 신화를 써 온 세계적 뮤지컬 ‘라이온 킹’이 한국에서 1년 만에 막을 내린다.

제작사인 일본 극단 시키(四季)는 30일 “‘라이온 킹’의 개막 1주년이 되는 10월 28일 330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뒤 10년째 롱런 중인 초대형 흥행작 ‘라이온 킹’이 해외 어디에서도 1년 만에 막을 내린 경우가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 뮤지컬 사상 최장기 공연(기존 기록은 ‘아이다’의 8개월간 273회 공연)이란 성과에도 국내에선 “실패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연 그럴까.

○성공인가 실패인가

제작비 215억 원인 ‘라이온 킹’의 손익분기점은 1년 기준으로 평균 유료관객 80%. 7월 30일 현재 ‘라이온 킹’의 평균 유료객석점유율은 70.4%로 아직까지 적자다. 시키 측은 “폐막 전까지 손익분기점은 넘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키 “한국시장 파악… 손해 안봐”

뮤지컬계에서는 ‘라이온 킹’의 부진 이유로 “롱런하는 뮤지컬이 나오기엔 국내 뮤지컬 시장이 덜 여물었다”(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 “공연 초반 문화 침략 등이 이슈가 됨으로써 정작 작품 홍보는 부족했다”(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 “티켓 최고가격을 9만 원으로 낮췄지만 가족 뮤지컬 시장을 창출하기엔 여전히 비싸다”(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을 꼽았다. 스타 쏠림 현상이 강한 한국에서 신인 위주의 캐스팅도 약점으로 꼽혔다.

‘라이온 킹’이란 작품만 놓고 보면 1년 만의 폐막은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하지만 ‘시키’의 시각은 또 다르다. 시키 측은 “만족스러운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다나카 고이치(田中浩一) 시키 전무이사는 “일본에서의 공연 실적과는 수치상 큰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나 우리가 한국에서 1년이나 공연했다는 점, 관객을 발굴해 왔다는 점은 큰 성공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예약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었으나 쉽게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연이 임박해 폭발적으로 팔리는 티켓 파워는 놀라웠고 그야말로 1년간 한국의 잠재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김병석 부장도 “‘라이온 킹’이 실패했다고 볼 수 없다”며 “시키는 한국 뮤지컬 관객층에 대한 분석과 예매 문화 등 한국 뮤지컬 시장의 ‘알몸’을 1년간 보고 간 만큼 다음엔 훨씬 수월하게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롱런문화 미성숙… 결국 실패”

○무엇을 남겼나.

지난해 ‘라이온 킹’의 진출 당시 국내 뮤지컬계는 ‘일본 거대 극단의 문화 침략’이라고 반발했다. 윤호진 회장은 “‘라이온 킹’은 국내 뮤지컬계의 단결 및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 외에는 국내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고가 9만 원으로 낮춘 당시 티켓 가격도 같은 시기 막을 올린 ‘에비타’만 9만 원으로 책정해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이후 대형 뮤지컬은 예전처럼 12만∼14만 원대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나 원종원 교수는 “전용 극장에서 1년간 장기 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라이온 킹’ 그 이후?

이제 관심은 ‘라이온 킹’에서 독점했던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 극장’의 차기작에 쏠리고 있다. 김승환 샤롯데 이사는 “‘라이온 킹’ 이후 시설 점검 등으로 내년 2월은 돼야 차기작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6개월가량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으며 시키가 아닌 국내 제작사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레미제라블’과 ‘맘마미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라이선스 뮤지컬은 한국의 프로듀서와 합작으로 할 수 있다”고 했던 시키는 일단 다음 한국 공연작으로 라이선스 뮤지컬 대신 일본 창작 뮤지컬 ‘꿈에서 깬 꿈’과 ‘유타와 이상한 친구들’을 논의 중이며 이미 한국어 번역 작업에 들어가 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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