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씨, 한문어투 없는 소설 ‘따끔한 한 모금’ 펴내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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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이야기는 어먹한(위대한) 인류 역사요. 죽기 전에 그것을 ‘이야기 꾸림’(소설)으로 써서 발바닥에 뒤꿈치라도 남겨 놓고 싶었소.”

원로 재야인사 백기완(74·사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생애 첫 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따끔한 한 모금’. 지난해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야기 소설 창작발표회’란 형식으로 가진 공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따끔한 한 모금’은 주인공 ‘고어진’의 한살매(일생) 이야기다.

꿈 많은 소년이 어렵사리 대학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빨갱이로 몰리고, 나중에는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드나든 끝에 노숙자로 전락해 ‘발바닥에 뒤꿈치도 하나 아니 남기고’ 숨을 거둔다는 줄거리다. 제목은 삶에 굶주린 이에게 권하지 못한 술 한잔, 비정한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뜻한다.

200자 원고지 750장 분량의 이 소설에는 한문 어투가 없다. “숫자를 세는 백(百) 만(萬)처럼 피치 못할 때를 빼고는 순우리말로 엮었소. ‘말림’에 한문 영어가 섞이면 쓰겠는가. 판소리의 몸짓 ‘발림’ 알지? 오랜 삶이 녹아 있는, 입과 몸짓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말림이오.”

백 소장은 이 소설에 앞서 1993년에 펴낸 구전설화 모음집 ‘장산곶매 이야기’를 2004년 증보판으로 다시 펴내기도 했다.

그는 “1969년부터 하려 했던 일들을 시대 상황에 치이며 최근에야 열매를 맺고 있다”면서 “마음속 깊은 울림을 귀 기울여 들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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