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34>鴻毳沈舟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코멘트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큰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작은 습관이 그렇고, 무심히 해 버리는 일이 그렇고, 흘러가듯 뱉어 버린 말 한마디가 그렇다.

문제는 작은 일은 타인의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눈에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잘못을 잘못인 줄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진다. 작은 잘못이 무심히 반복되는 이유는 이것이다.

鴻毳沈舟(홍취침주)라는 말이 있다. 鴻은 기러기이다. 雁도 기러기라는 뜻인데 보통 雁은 작은 기러기를 뜻하고 ‘鴻’은 큰기러기를 뜻한다. 鴻鵠(홍곡)은 큰기러기와 고니라는 뜻이다. 큰기러기와 고니는 하늘 높게 날아다니므로 포부가 원대하고 큰 인물을 뜻하게 되었고 鴻鵠之志(홍곡지지)는 크고 높은 의지나 기개를 나타내게 되었다.

취는 새의 배에 난 털, 솜털을 뜻한다. 그러므로 毛보다도 더 작은 털을 의미한다. 沈은 가라앉다, 빠지다라는 뜻이다. 沈沒(침몰)은 가라앉아 잠기다라는 말이다. 沒은 잠기다라는 뜻이다. 浮沈(부침)은 떴다가 가라앉는 것을 말한다. 浮는 뜨다라는 뜻이다. 舟는 배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鴻毳沈舟는 큰기러기의 솜털도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이다. 큰기러기의 솜털같이 가벼운 털도 많이 쌓이게 되면 나중에는 한 척의 배도 가라앉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심하게 지나친 작은 잘못도 하나하나 쌓이면 나중에는 큰일을 못 이루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불가에서는 이것도 인연이라고 한다. 이런 인연의 연줄을 끊으려면 일상에서의 연습이 필요하다. 사소한 잘못도 안 하려는 연습, 잘못했으면 반성하는 연습이 그것이다. 생각만 하거나 알고 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연습보다 나을 수 없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