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때묻은 영혼이여, 무릎을 꿇어라… ‘시베리아 예찬’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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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예찬/김창진 지음 /244쪽·1만1700원·이룸

드넓은 초원, 쭉 뻗어 올라간 자작나무 숲, 수천 m 높이의 설산(雪山)을 지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 열차에 몸을 싣고 야생과 문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향(本鄕) 시베리아를 달려 보고픈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이 책의 저자(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서늘한 시베리아 여행을 떠나 보자. 우랄 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시베리아의 대지를 거닐며 야생의 숲과 벗이 되어 살아간 인간들의 삶의 흔적과 자유로운 영혼을 만날 수 있다. 2000년 여름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시베리아 곳곳을 기행한 저자의 발길이 그대로 묻어난다.

저자는 먼저 아시아 대륙의 동북단 캄차카를 향한다. 그곳에서 한반도 남대천까지 내려오는 연어와 송어, 유목민의 순록떼를 만나고 한여름에도 눈부신 빛을 발하는 설산에 직면하여 “원시의 아름다움!”이라고 경탄한다.

이어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호 일대에선 문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샤머니즘의 뿌리를 생각한다. 그리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샤머니즘의 원형과 전통이 훼손되거나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초원과 타이가가 끝없이 펼쳐지고 장대한 만년설이 즐비한 고산준령의 지역 알타이에선 시베리아의 웅혼함을 만끽한다. 그리고 도시들이 집중한 이르쿠츠크에선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자유의 정신과 예술혼에 대해 얘기한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에서 유랑했던 고려인들의 비극적 삶을 말하는 대목에선 가슴이 찡해진다. 저자의 깔끔하고 낭만적인 문장 덕분에 시베리아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경쾌해질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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