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8년 제헌의회 헌법안 통과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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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7월 12일 오전 10시 대한민국 제헌의회 본회의장. 의원들이 헌법 초안을 한 자 한 자 읽으며 첨삭 작업을 하는 ‘본회의 독회(讀會)’의 12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138명의 의원이 자리에 앉자 ‘재(在)일본 조선물산회사’가 보낸 축전이 낭독됐다.

“국회의 성공을 기복(祈福)하나이다. 우리는 조속한 정부 수립을 바라나이다.”

이후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인 서상일 의원이 헌법 초안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치영 의원이 “제6조에서 ‘국방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이라고 했는데 ‘국방군’을 ‘국군’으로 고칠 것을 동의(動議)한다”고 말했다.

국방군은 국군보다 대외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좁은 의미라는 지적이었다.

당시 이승만 의장이 표결에 부쳤다. 찬성 125표, 반대 12표로 가결. 이처럼 한 자 또는 한 단어를 결정하는 표결은 회의 내내 계속됐다.

외국인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제7조 중 ‘국제관습’이란 말을 빼는 것도, “지불(支拂)은 왜인(일본인)들이 많이 쓰는 단어이니 ‘지급’으로 고치자”는 제안도 표결로 확정됐다.

‘일본 냄새’ 나는 출두(出頭)를 출석으로 바꾸는 안건은 1표의 반대 없이 통과됐다.

심지어 ‘국회의원은 동시에 지방의회의 의원을 겸할 수 없다’(헌법 초안 제48조)에서 부사 ‘동시에’를 빼는 결정조차도 거수투표로 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뒤에야 독회가 모두 끝났다. 서정희 의원이 발언권을 얻었다.

“오늘 우리 국회의원은 참 경사스럽고도 기쁜 낭독을 다 마친 줄 압니다. (중략) 이 헌법은 비로소 통과하기를 동의하는 것이올시다.”

“재청(再請)합니다. 삼청(三請)합니다. 사청(四請)합니다. 오청(五請)합니다.”

이승만 의장의 소감이 이어졌다.

“삼천만 민족이 지난 40년 동안 남의 법률 밑에서 살아왔습니다. 오늘 우리 민족의 대표들이 자유선거로 여기에 모여서 삼천만을 대표하는 민의를 받아서 이 헌법을 제정한 것입니다. 우리 헌법의 제정은 실로 해방의 기쁨입니다.”

최근 최고 권력자에게서 ‘그놈의 헌법’이라는 말까지 들은 대한민국 헌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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