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아이 독서지도]위인전 빨리 읽었으면 하겠지만…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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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가장 읽히고 싶어 하는 분야의 책 가운데 하나는 위인전이다.

아이가 문자를 해독할 능력만 된다면 되도록 하루라도 빨리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아이가 마침내 어떤 인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위인전집을 들여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위인전이란 ‘역사 속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초등학교 3, 4학년은 되어야지 7, 8세 아이들한테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엄마들이 위인전을 되도록 빨리 읽어 주고 싶어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이가 위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아이에게서 일찍부터 그 싹을 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둘째는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자신의 미래를 위인전을 통해 발견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직업의 세계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첫째 이유와 좀 달라 보이지만 결국 아이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첫째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셋째는 학교에 들어가면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일종의 선행학습의 하나다. 취학 전후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나온 위인전일수록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인물이 선호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위인전을 좋아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엄마의 마음과는 반대로 안 보려고 하는 경우도 생긴다. 엄마가 위인전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드러나 더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아이들 가운데도 위인전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만화 때문에 위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의 일생만큼 드라마틱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위인전을 본다. 이 이야기가 진짜 옛날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위인전을 쉽게 보여 주는 건 참았으면 좋겠다. 일단 위인전을 좋아하는 아이는 극히 소수뿐이다.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의 욕심 때문에 보여 주는 위인전은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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