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애환’ 시집으로 낸 이영우 소령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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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연기되길 바랐던 나는 밤새 가족 생각에 잠을 뒤척였지만…,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유서를 썼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에 파병돼 평화 재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육군 장교가 파병 생활에서 느낀 애환과 조국의 소중함, 가족애를 담은 시집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05년 9월 자이툰부대 3진 교대 병력으로 파병됐다가 지난해 3월 귀국한 이영우(39·학사 22기·사진) 소령이 최근 ‘내 가슴 속에 자이툰을 안고 떠난다’는 시집을 펴낸 것.

이 소령은 시집의 제목이자 첫 번째 시인 ‘내 가슴 속에 자이툰을 안고 떠난다’에서 이라크 파병 준비와 현지의 임무 수행, 귀국에 이르는 과정의 심경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렸다.

‘… 다음 날 영외작전에 편성되어 있던 나는 고국에 있는 아내와 귀여운 두 딸, 숙환으로 고생하고 계신 어머니가 불현듯 생각났다….’

2005년 말 현지 테러세력인 ‘안사르 알 순나’가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된 상황에서 이튿날 영외작전을 앞두고 복잡했던 심경을 표현한 것.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 현지 주민들에 대한 연민과 조국의 소중함도 담겨 있다.

‘… 부서진 흙담과 하늘이 보이는 구멍 난 천장, 다 해진 남루한 옷을 입고 살아가는 가난한 주민들을 보면서 그들에 비해 편히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신들의 국가를 되찾고자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쿠르드인을 보면서 돌아갈 수 있는 조국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에 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야경과 그리움’이란 시에는 투병 중인 노모에게 파병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안타까운 심경과 애절한 그리움을 담았다.

‘… 어머니는 나의 파병을 모르고 계신다. 견디지 못할 병환을 견디어 가는 어머니에게 이라크에 가게 되었다고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저 의정부에 있는 미군부대에 갑자기 훈련을 가게 되었다고만 했다. 어머니는 문득 폐부를 찌르는 아픔이 되어 내게 다가선다….’

시집에는 이라크뿐만 아니라 동티모르 파병과 최전방 근무 시절 등 이 소령이 20년 전부터 틈틈이 써온 40여 편의 단편시와 3편의 장편시를 비롯해 CD로 제작한 영상시도 담겨 있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이 소령은 “시집은 10여 년간의 군 생활 동안 느낀 애환과 깨달음에 대한 고백”이라며 “나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는 모든 동료 장병에게 작은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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