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김종삼/‘묵화 墨畵’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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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화 墨畵

- 김 종 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시집 '북치는 소년'(민음사) 중에서》

다만 손 하나 얹었을 뿐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하루 종일 사래 긴 밭 갈고 돌아온 소도 얼마나 어깨가 결리었으랴. 구유에 물 들이붓는 저 할머니 검정 고무신 위로 발잔등이 소복하다. 해거름까지 무릎걸음으로 콩밭 매고 돌아온 걸 저 소도 다 아는 눈치이고말고. 열 마디의 말만이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외로운 등에 손 하나 얹는 것만으로도 깊숙이 교감할 수 있다. 사람과 소가 함께하던 저 아름다운 풍경이 점점 더 소리 없는 묵화가 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 농부들은 경운기나 트랙터의 등에 손을 얹어줄까?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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