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3>視乎冥冥,聽乎無聲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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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은 봄이 오는지 어떻게 알까? 그들은 봄이 오면 어김없이 대지를 뚫고 나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곰 같은 동물도 때가 되면 잠자던 동굴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기 시작한다. 그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그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산, 동굴 속에서 무슨 소식을 듣는 것일까?

동식물을 微物(미물)이라고 한다. 微物도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있고,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미물도 이러한데 하늘은 어떠하겠는가? 하늘은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모든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속에서도 모든 것을 듣는다고 옛사람들은 말한다.

視乎冥冥(시호명명) 聽乎無聲(청호무성)이라는 말이 있다. 視는 보다는 뜻이다. 視覺(시각)은 보는 감각이라는 말이고 視聽覺(시청각)은 보고 듣는 감각이라는 말이다. 視而不見(시이불견)은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음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고 大學(대학)에서는 말한다. 乎는 ∼에라는 뜻이다. 冥은 깊다, 어둡다는 뜻인데 가장 깊고 어두운 것은 저승이라는 생각 때문에 저승이나 死後(사후)의 세계를 뜻하기도 한다. 冥想(명상)은 깊은 생각이라는 말이고 冥福(명복)은 죽은 사람의 행복이라는 뜻이다. 聲은 소리라는 뜻이다. 歎聲(탄성)은 감탄하는 소리이고, 名聲(명성)은 명예로운 소리, 칭찬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視乎冥冥 聽乎無聲은 어둡고 어두운 곳에서 보며, 소리 없는 곳에서 듣는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하늘은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서도 모든 것을 보며, 소리가 없어서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지만 거기에서도 듣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안 보이는 곳이나 소문이 안 나는 곳에서 행동하는 것도 주의하라는 말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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