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된 졸업앨범… 김정환 새 시집 ‘드러남과 드러냄’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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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고교 동창회 일을 돕던 김정환(53·사진) 시인은 자연스럽게 고교 졸업앨범을 뒤적였다. 기억나는 이도 있었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는 선명히 기억하는 일과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 사이에 있는, 기억은 안 나지만 있었던 일이 살아온 삶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시를 썼다.

새 시집 ‘드러남과 드러냄’(도서출판 강)에는 두 달 동안 폭발적으로 쏟아낸 시가 담겼다. 묶인 시는 80여 편, 6000행이 넘는 분량이다. 고교 졸업앨범에서 시작한 것이 중학교 앨범으로 번졌고(1권은 중고교 졸업앨범을 펼쳐놓은 형식이다), 청소년기를 사유하다 보니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성찰로 번졌다(2권의 주제는 ‘늙어간다는 것’).

‘치솟지 않고 짓누르던/청운의 꿈은 우리 것이 아니다./물론 온전히 부모 것도 아니었지만…어쨌든 우린 시간의 대상이었을 뿐이다.’(‘3학년 1반’에서)

‘청운의 꿈’이라는, 누구나 떠올리는 전형적인 학창 시절 어휘는 실은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었다. 말마따나 1972년 졸업하기까지 고교 시절은 꿈꾸었던 날들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김 시인은 이렇게 ‘기억 언저리’에서 의미를 파낸다. 그래서 이 두툼한 시집은 ‘다한 이야기가/못다 한 이야기를 다만/순정하게 슬퍼하는/이야기의/황홀한 응집’(‘3학년 8반’에서)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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