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남친 군대 보낸 ‘곰신’들이 사는 법

  • 입력 2007년 5월 18일 12시 40분


군대 간 남자친구를 위해 이색적이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만드는 것이 곰신들의 최대 고민이다. 엽서 한장 한장에 편지를 써서 100장을 엮은 선물(사진)도 인기를 끄는 아이템 중 하나.사진 제공 꾸나와꼼신 카페
군대 간 남자친구를 위해 이색적이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만드는 것이 곰신들의 최대 고민이다. 엽서 한장 한장에 편지를 써서 100장을 엮은 선물(사진)도 인기를 끄는 아이템 중 하나.사진 제공 꾸나와꼼신 카페
“치근거리는 복학생 오빠 퇴치법 좀 알려줘요”

“훈련소 나와 자대 배치 받으면 자동으로 이등병이 되나요?”

“첫 면회인데 어떤 것을 갖고 가야 하죠?”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여성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예전엔 궁금한 것이 많아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군 생활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 ‘꾸나와 꼼신(cafe.daum.net/gomsingguna)’ 회원들이 남자친구의 제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 ‘곰신’ 수십만 명, 인터넷 카페서 활발하게 정보 나눠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은 스스로를 고무신의 줄임말인 ‘곰신’으로 부른다. 곰신들은 인터넷 카페가 활발해진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뭉치며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현재 수십 개의 인터넷 카페에서 수십만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이 곰신 카페에 가입한 것은 △군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선물 아이템을 공유하며 △사랑과 이별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을 가져요. 스물한두 살이 가장 많지만 가끔 여고생 회원들도 나와요. 서로를 곰신동생, 곰신언니라고 부르면서 꽃신 신는 날(남자친구가 제대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지난해 12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홍모 씨)

곰신 카페에는 ‘새로운 남자가 접근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고민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군에서 막 제대한 예비역들이 군대에 남자친구를 보낸 곰신들을 위로하다가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부 회원들은 ‘복학생 오빠는 곰신의 적’이라며 경계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요.”(카페 운영자 박모 씨)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평소 관심이 없던 편지를 쓰고, 국군방송을 즐겨 보기 시작한다는 것. 국군방송의 ‘주고 싶은 마음 듣고 싶은 얘기’는 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 ‘하트 솔라씨’ 선물 가장 인기

첫 면회를 앞둔 곰신들은 어떤 음식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막막하다. 카페 회원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무쌈말이, 샌드위치, 베이컨말이 등이다.

최근 곰신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하트 솔라씨’다. 종이로 하트모양을 접은 뒤 그 안에 비타민 제품인 솔라씨를 넣은 선물이다.

남자친구가 첫 휴가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는 ‘전지편지’를 보내 허전한 마음을 달랜다. 전지편지란 A4용지 16장을 엮어 앞뒤로 32쪽에 조목조목 정성을 들여 편지를 쓰는 것. 이 밖에 골판지로 케이크 상자를 만들거나 하드보드지로 축구공 모형을 만들어 그 안에 과자선물을 넣는 경우도 있다. 곰신들이 선물로 가장 고민하는 날은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다. 자신이 보내는 초콜릿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일부 곰신들은 아예 전문업체에 군인용 초콜릿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

군대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군인몰(www.guninmall.com)의 운영자 최윤정 씨는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 주문이 폭주해 2, 3일 동안 하루 한두 시간씩 자면서 제작했다”며 “이름이나 이니셜을 새긴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