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에 반야굴 위에 무지개가 떴는데 구름의 형상이 ‘心’자야. 그해 동짓날 무지개가 또 떴는데 구름이 ‘一’ 자 형상이었지. 그게 ‘一心’ 이잖아. 열반하신 청담 큰스님이 늘 ‘일심으로 기도하라’고 하셨는데….”
무지개와 구름을 찍은 대형 사진을 자세히 뜯어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순례객이 산사를 찾으면 그야말로 산이 들썩이고, 산사는 법석이다. 2500여 명이 일제히 천수경을 외고 108배에 돌입하면 산 자체가 법 도량이다. 게다가 회를 거듭하면서 산사 순례는 예상치 못했던 파생 효과를 낳고 있다. 우선 산사 주변에서 지역 특산물 장터가 열린다.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만도 수천만 원대. 또 인근 국군장병들은 순례객이 전달하는 수만 개의 초코파이로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환경지킴이들이 산사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환경 정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처음에는 1080명만 참석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초등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오시는데…. 그리고 그냥 순례만 할 생각이었는데 이런저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야. 농촌도 살리고, 군 장병도 위문하고, 지역사찰도 돕고, 환경도 지키고….”
순례객의 발길이 닿는 사찰에는 으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와 특산품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고, 각 지자체의 러브 콜도 쇄도하고 있다.
“예전에 한 노 보살이 청담 큰스님에게 떡을 해왔지. 마침 스님이 출타 중이었어. 근데 떡 바구니를 본 다른 스님들이 다 집어 드셨어. 다음 날 노 보살이 큰스님한테 찾아와 ‘떡 잘 드셨느냐’고 물었지. 보고도 못한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큰 스님이 ‘아∼ 떡, 참 잘 먹었지’라고 말씀하시더군.”
혜자 스님은 사찰 순례 역시 늘 남을 배려하는 법을 가르친 청담 큰스님의 공력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스승님이 ‘베풀면서 수행하라’고 가르쳤는데 큰스님 가르침 따라 베풀면서 살 것입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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