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김무열 “제 공연 열 번 봤다는 팬도 생겼어요”

  • 입력 2007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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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미’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뛰어오른 신인 배우 김무열. 이훈구  기자
뮤지컬 ‘쓰릴미’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뛰어오른 신인 배우 김무열. 이훈구 기자
뮤지컬 ‘쓰릴미’는 관객에게 ‘공연 도중 박수치지 마세요’라는 이색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어두운 극 내용상 중간에 터져 나오는 객석의 열띤 환호나 박수는 오히려 흐름을 깰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런 요청이 없었더라도 김무열(25)이 연기하는 ‘쓰릴미’의 ‘그’에겐 도저히 박수를 쳐 줄 수 없다. 연기를 못해서? 아니, ‘너무 잘해서’다. 그는 극악무도한 유괴살인범을 너무 실감나게 연기해 관객이 불편하게 느낄 정도다.

“처음 대본을 읽고 걱정했어요.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더구나 공연을 막 올리기 전에 그 사건(인천 박모군 유괴살인사건)이 발생해 다들 무척 당혹스러워했거든요. 하지만 오직 배우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복합적 성격을 지닌 ‘그’는 무척 하고 싶은 배역이었죠.”

‘쓰릴미’는 1924년 동성애 관계였던 19세와 20세의 부유층 청년이 단지 ‘스릴’을 위해 유괴살인사건을 벌여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레오폴드와 롭’ 사건을 뮤지컬화한 것으로 ‘나’와 ‘그’만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그’가 ‘로드스터(Roadster)’를 부르며 아이를 유괴하는 중반부는 이 뮤지컬을 통틀어 가장 숨 막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열연에 힘입어 그의 이름은 요즘 공연 관계자와 뮤지컬 마니아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얼마 전 박 군 유괴살인사건과 겹치면서 언론을 통한 홍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유료 객석점유율은 70∼80% 선. 제작사 측은 “뮤지컬로는 드물게 동성애, 유괴, 살인 등 어두운 소재를 다뤘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말했다. 흡인력 있는 전개와 마지막 반전, 그리고 화려한 피아노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의 힘이다. ‘유괴살인’이라는 소재는 불편하지만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들은 그저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로만 받아들이는 듯하다.

요즘은 공연을 마치면 심심찮게 기립박수도 쏟아진단다. 출연 제의가 온 작품도 서너 편. ‘그’ 역을 먼저 제안 받았으나 마지막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인 ‘나’를 선택한 선배 류정한도 “내가 그냥 ‘그’를 할 걸”이라고 농담 섞인 후회를 할 정도.

“인기요? 아직 실감은 안 나요. 그래도 데뷔 초기 8명뿐이던 팬 카페 회원이 지금은 2000명으로 늘어났는걸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2002년 청소년 뮤지컬 ‘짱따’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해 ‘알타보이즈’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열 번도 넘게 제 공연을 보러 오는 팬도 생겼어요. 기쁘면서도 그런 팬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까 두려워요.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할 때 제 공연을 처음으로 두 번 본 팬이 있었는데 그때 감사했던 그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고 연기하렵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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