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현대음악 정수 맛본 감동의 사흘…현대음악제 ‘디멘션’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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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현대음악제 두 번째 날 일본인 피아니스트 교코 사사키 씨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성남 현대음악제 두 번째 날 일본인 피아니스트 교코 사사키 씨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표현은 음악으로 하지만 작곡가도 사고는 언어로 한다. 한국의 현대음악 3세대를 대표하는 윤이상-강석희-진은숙 씨의 뛰어난 언어 기량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청중 앞에 나와 즉석에서 작품 해설을 하는 말솜씨에선 세 사람이 막상막하다. 나는 그걸 오랫동안 봐 왔다.

성남아트센터의 앙상블극장에서 9∼11일 사흘 동안 개최된 현대음악제 ‘디멘션(Dimension)’의 마지막 날. 공연에 앞서 작품 해설을 위해 무대에 선 음악제의 주관자 강석희 씨는 오늘 공연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그 손실을 뒤에 호되게 후회할 것이라 예언했다.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청중은 그 ‘예언’에 동의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단 한 작품. 칠레 레지스탕스의 데모송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의 주제를 프레더릭 제프스키가 작곡한 ‘서른여섯의 변주곡’(1975년). 피아니스트 신정희 씨가 한 시간 넘게 논스톱으로 후려친 이날 연주는 건반 음향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케 해 주는 압권이었다. 피아노라는 하나의 악기가 저처럼 대편성 오케스트라나 들려줌직한 음량과 음색과 교향악적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 본다는 것은 쉽게 맛보기 어려운 체험이다. 피아노 곡 한 작품만으로 여는 연주회…. 그걸 들으러 오는 정선된 청중….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이 페스티벌이다.

음악제 첫째 날과 이틀째 날에는 죄르지 리게티, 윤이상, 강석희, S A 테일러, 모턴 펠드먼, 김창제, 김미림 씨 등의 소품 실내악곡이 소개됐다. 한국에서 지나치게 ‘정치화’된 윤이상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 데엔 이번에 소개된 ‘피리’나 ‘모놀로그’ 같은 소품을 대해 보는 것이 지름길이라 생각된다. 이튿날 공연은 독주자 셋이 모두 일본인. 그 기회에 흔히 듣지 못한 알토 플루트, 바스 클라리넷 등의 악기를 들은 것도 수확이었다. 청중 속엔 조각가 최인수, 전위작가 고원, 김경원, 이인호 전 대사, 김여수 박사, ‘삶과 꿈’의 김용원 회장, 미 작곡가 리처드 듀더스, 프랑스 건축가 올리비에 프티 등의 얼굴도….

혼자서 30년이나 국제적인 ‘판 뮤직 페스티벌’을 꾸려 온 강석희 씨가 이번엔 신도시 성남에서 또 하나의 현대 음악제를 출범시킨 용기는 가상하다. 그를 후원하기로 결심한 성남 아트센터에도 큰 박수를 보내야 되겠다.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본보 객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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