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연극을 하느냐고요? 내가 누군지 알수 있거든요!”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코멘트
사진 제공 뮤지컬 해븐
사진 제공 뮤지컬 해븐
‘필로우맨’으로 7년만에 무대 서는 최민식

“‘작품’이 하고 싶었어요. 영화든 연극이든 어떤 매체든 일단 내 마음을 잡아끄는 그런 작품이어야 했는데, ‘필로우맨’은 뭔가 좀 ‘불편한’ 작품이긴 했지만 색달랐고 흥미를 끌었어요.”

배우 최민식(사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의 마음을 ‘잡아끈’ 작품은 2003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을 수상한 마틴 맥도너의 희곡 ‘필로우맨’. 국내 초연작으로 5월 1∼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세 번 정도 대본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연극하려니 호흡도 달리고 힘에 부치던데요. 두 장이 넘어가는 긴 대사도 많고요.”

그가 맡은 역할은 소설가 카투리안. 전체 대사 중 3분의 1이 주인공의 대사인 만큼 이 작품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자신이 쓴 소설과 똑같은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살인 혐의를 받게 된 카투리안은 경찰에 끌려가 심문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지능이 낮은 그의 형과 그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난다.

“뭔가 좀 불편하면서도 잡아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연극에서 형사와 소설가가 주고받는 속도감 있는 대사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극 중 소설가의 작품 내용을 빌려 드러나는 사건의 내용은 잔혹하다.

영화에서도 일상적인 배역보다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는 “주로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며 “카투리안도 다중적인 인간 심리를 갖고 있어서 이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중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카투리안은 극 중에서 말한다. “꼭 죽여야 한다면 나를 죽이고 내 이야기는 태우지 말고 남겨 달라”고. 배우로서 불멸의 캐릭터를 여럿 탄생시켰던 그는 “그 대목이 무척 와 닿았다”고 했다.

‘필로우맨’의 연출은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로 지난해 동아연극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연출가 박근형이 맡았다.

스타들이 속속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최민식은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무대에 돌아오는지 모르겠지만 제게 연극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가장 강렬하고 정확하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